“브이아이피(대통령) 주관으로 회의를 하는데, 군사보좌관(국방비서관)이 (채수근 상병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해) 이래저래 얘기하니까 (…) 가장 격노했다면서 바로 국방부 장관한테 연락해서 꽝꽝꽝꽝 했다고.”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이런 자신의 진술을 공개한 지 이틀 만인 2023년 8월30일, 국방부 검찰단이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단장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의 순직 사건을 조사하고 경찰에 넘기는 과정과 관련해 항명 혐의로 입건돼 있다. 채 상병은 7월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무리한 지시에 따라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7월30일 조사를 마친 박 대령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넘기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은 동의했고 결재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7월31일 이 장관이 갑자기 조사 결과를 경찰에 넘기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를 연 직후였다.
그러나 박 대령은 8월2일 조사 결과를 그대로 경북경찰청에 넘겼다. 그러자 해병대는 박 대령을 수사단장에서 해임하고 경북경찰청에 넘긴 조사 결과도 회수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8월4일 박 대령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8월11일 박 대령은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거부하면서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를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8월30일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화를 낸 뒤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해 경찰 이첩을 보류하도록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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