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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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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압박한 ‘굴욕 외교’의 수렁

‘셀프 배상’으로 끌어낸 졸속 회담, 왜 ‘균형외교’ 버리고 반중 선봉대 자처할까
‘보통대국’ 일본은 정작 중국 중시하는데… 한·중·일 정상회의, 윤석열 정부 시험대로
등록 2023-03-24 14:23 수정 2023-03-29 01:39
2022년 11월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왼쪽 테이블 가운데)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 테이블 가운데)와 한·미·일 3자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2022년 11월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왼쪽 테이블 가운데)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 테이블 가운데)와 한·미·일 3자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개월 새 한·미·일 3국 관계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2023년 3월16일,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을 찾아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 정상이 단독회담으로 만난 것은 2011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이후 12년 만이다. 양국 정상은 그동안 중단됐던 ‘셔틀 외교’도 재개하기로 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앞서 3월6일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안을 전격 발표한 지 열흘 만에 이뤄졌다. 회담의 핵심은 일제강점기에 강제동원된 한국인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한국이 ‘셀프 배상’으로 매듭짓고 일본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해준 것이었다.

최근 1년간 한·미·일 접촉만 40여 차례

윤 대통령은 4월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5월에는 일본이 히로시마에서 주최하는 주요 7개국(G7) 회의에도 초청받았다. 대통령실은 “한-일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른 긍정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즉각 화답도 내놨다. 3월21일 외교부는 “2019년 우리 정부가 통보한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관련 공한 2건을 모두 철회한다는 결정을 일본 쪽에 서면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일, 한·미·일 군사정보 협력 강화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번 회담은 앞서 2022년 9월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 대통령이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일본 쪽 행사장까지 찾아가 기시다 총리를 30분간 약식회담 했으나 일본 쪽의 냉대를 받았던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당시 일본 <아사히신문>은 “윤 대통령이 (대화의) 시간을 늘리려는 듯 열심히 설명했고 기시다 총리는 주로 듣기만 했다”고 전했다. 이후 6개월 만에 열린 이번 한-일 정상회담도 윤석열 정부가 몹시 서두른 기색이 짙은데다 한국이 실익은 거의 없이 일본 입맛을 맞춰준 졸속 회담이라는 게 중론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타는 배경에는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신냉전의 거대한 지각변동이 깔렸다. 미국은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경제·외교·군사·기술적 능력을 모두 갖춘 유일한 경쟁자”(2022년 10월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인 중국을 견제하려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인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을 강화하려 한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과거사 문제로 삐거덕대는 것은 미국으로선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일 테다. 미국이 최근 몇 년 새 계속 한국과 일본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요구하며 양쪽의 대화와 만남을 중재해온 이유다.

미국 백악관은 한-일 정상회담 당일 브리핑에서 “한·일 간에 협력과 파트너십의 새 장을 여는 ‘역사적인 발표’가 이번 회담을 이끌어냈다”며 환영했다. “더 안전하고 안정되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을 위한 공통의 비전을 진전시키는 게 3국 파트너십의 핵심”이라고도 했다. 미국이 말한 ‘역사적인 발표’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셀프 배상’을 가리킨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도 <시엔엔>(CNN) 방송에 “미국과 일본, 한국이 지난 한 해 동안 40차례 넘게 3개국 회의를 했으며, 이는 지난 5년(문재인 정부) 시절의 횟수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일 3국이 정치 측면뿐만 아니라 전략과 억지력의 최전선에 협력하는 것은 북한이 두려워하는 것이자 중국이 원치 않는 일”이라고도 했다.

미국이 정점인,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앞서 2022년 5월, 윤 대통령은 취임 열하루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회담 뒤 양국이 채택한 공동성명은 크게 △평화와 안보를 위한 핵심축 △경제·기술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 한반도를 넘어서 등 세 분야로 짜였다. 이 중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세 번째, 한-미 관계를 ‘한반도를 넘어서’ ‘글로벌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시킨다는 대목이다. 외교부는 한-미 정상회담 성과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의 번영하고 자유로우며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과 규범에 기반한 질서 수립에 주도적 역할 수행 의지를 확인”했다며 “우리는 독자적 인도·태평양 전략 수립 의사를 표명, 미국 측은 이를 환영”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3자 정상회의도 두 차례나 열렸다. 2022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와 만나 국제 주요 현안과 공동 관심사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대통령실은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 확인, 3국 간 실시간 군사정보 공유 의향 표명, 3국 간 경제안보 대화체 신설,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미·일의 협력 확보, 복합적인 글로벌 도전과제 협력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앞서 2022년 6월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한·미·일 정상이 만났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 자격으로 초청된 자리였다. 한국이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재자처럼 테이블에 앉은 뒤로 백악관과 국무부 관리들이 도열하고,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서로 마주 앉았다. 미국이 정점인 한·미·일 삼각 협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나토 정상들은 이 회의에서 ‘2022 신전략개념’을 채택해 러시아와 테러리즘을 안보동맹의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지목하는 한편, 처음으로 중국을 ‘조직적인 도전’(Systemic Challenge) 세력으로 명시했다. “중국이 밝힌 야망과 강압적 정책들은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대한 도전(…), 우리는 공동 인식을 증진하고, 회복탄력성과 대비 태세를 강화하며, 중국이 동맹을 분열시키려는 강압적 전술과 노력으로부터 동맹을 보호할 것”(제14조)이라고 천명했다.

앞서 2010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전략개념'에는 중국과 관련한 언급이 없었다. 12년 만에 고쳐 쓴 전략개념에 중국이 처음 실질적 위협 세력으로 등장한 것이다. 중국이 ‘전랑(戰狼, 늑대전사) 외교’로 불리는 공세적 대외 정책을 펼치고, 미국이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지목해 동맹을 강화하며, 이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신냉전 구도가 반영됐다. 한국과 일본도 ‘서구’로 통칭되는 대서양 양안(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안보동맹에서 점점 더 큰 역할을 요구받는 모양새다.

2022년 9월21일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유엔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뉴욕의 일본 쪽 행사장을 찾아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30분 약식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9월21일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유엔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뉴욕의 일본 쪽 행사장을 찾아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30분 약식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 해결해야”

한·미·일 3국의 마드리드 정상회의 다음달인 2022년 7월,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일본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했다. 주한 일본 대사관이 인터넷 웹사이트의 ‘일본의 새 소식’(제576호)에 실은 회담 내용은 윤석열식 ‘셀프 배상’ 해법을 예고한 것으로 읽힌다. “양국 외교장관은 현재의 전략환경에 비추어 일·한·미 협력의 진전이 지금보다 더 중요한 때는 없었다는 데 인식이 일치했다. 또 하야시 외무대신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구축해온 우호 협력 관계를 토대로(…),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를 비롯한 일-한 간의 현안 해결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양국 외교장관은 이 문제의 조기 해결에 의견이 일치했다.”

2022년 12월28일 윤석열 정부는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포괄적 지역 관여 전략을 발표했다. 규칙과 규범에 기반하는 국제질서 구축, 법치주의와 인권 증진 협력, 포괄안보 협력 확대, 경제안보 네트워크 확충 등 9개 중점과제도 제시했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한국이 공조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 전략의 해상 루트와 정면으로 부딪친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군사·안보 면에서 어느 한쪽을 편들기보다 신흥 경제권이자 거대 시장인 인도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과 경제·통상 외교에 무게를 실은 ‘신남방정책’을 추진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이 지정학적 색깔이 짙다면, 신남방정책은 지경학적 성격이 강하다.

본디 ‘인도·태평양 전략’은 일본이 창안한 개념이다. 일본의 최장수 총리이자 극우 정치인이던 아베 신조는 2007년 ‘인도·태평양 구상’을 처음 제시했다. 2018년 1월 아베 총리는 인도·태평양 구상을 업그레이드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FOIP)을 일본 외교정책의 핵심전략으로 천명했다. 이를 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 아시아 순방 중에 미국의 새로운 외교·안보 전략으로 ‘자유롭고 개방된 아시아·태평양’ 구상을 발표했다.

2022년 2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더 확장해 “미국은 인도·태평양 국가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필수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오랫동안 주목해왔다”며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으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발전 △지역 안팎의 연결망 구축 △지역 번영 촉진 △인도·태평양 안보 강화 △초국가적 위협에 대한 회복력 구축 등 5대 목표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도로 보면 해양세력 미국이 대륙세력 중국을 거대한 그물망으로 포위·압박하는 형국이다.

2022년 12월28일 박진 외교부 장관이 외교부에서 주한 외국 사절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설명회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2022년 12월28일 박진 외교부 장관이 외교부에서 주한 외국 사절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설명회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일본·미국 따라간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

윤석열 정부의 ‘자유·평화·번영을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 개념도 일본과 미국의 틀을 본떴다. 그러나 한·미·일 안보동맹에 토대를 둔 구상이 외화내빈일 뿐 아니라 외려 국익에 이롭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월22일 외교·안보 분야의 민간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는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중국 시각 고찰’이란 제목의 정책보고서를 냈다. 정재흥 중국연구센터장과 궁커위 특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한국의 공식적인 첫 대외전략 개념으로 사용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이 중국을 본격 견제하기 위한 개념으로, 한국 정부가 줄곧 견지한 ‘전략적 모호성’과 ‘균형외교’에서 벗어나 친미 혹은 한-미 동맹 일변도 정책 추진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겉으로 보면 매력적이나 너무 광범위한 지역과 영역, 범주와 틀을 복잡하게 망라해 집중과 선택이 필요한 중장기 국가전략에서 지속가능한 모순”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역내(동북아시아)에서 다시 신냉전을 촉발하는 대중국 포위 봉쇄 전략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한국이 미국 주도의 ‘소그룹’ 선봉대를 자처해 반중·반북의 최전선에 동참할 경우 궁극적으로 경제·안보적 손해를 보는 것은 한국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한국이 적극 참여하는 것에 불편한 기색과 함께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3월8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국가 간 협력은 평화와 발전의 시대 조류에 순응해야 하며,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소그룹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서 3월7일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쿼드(Quad,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실무그룹 참여에 적극 속도를 낼 것”이라고 한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견제구였다.

국제사회에서 옛 영화의 부활을 꿈꾸며 군사대국화에 박차를 가하는 일본의 중장기 대외전략과 미국의 수용 폭도 관심거리다. 일본은 이미 2022년 12월 ‘국가안전보장전략’을 개정하고 3대 안보 문서에 ‘반격 능력’을 명문화함으로써 외세의 공격을 받을 때만 자국 영토 안에서 자위력을 행사한다는 ‘전수방위' 원칙을 72년 만에 폐기했다. 미국과의 협의를 거친 것은 물론이다. 2022년 일본의 국방예산 규모는 세계 8위로 한국(10위)보다 앞선다(표 참조).

문재인 정부의 초대 주일대사를 한 이수훈 경남대 국제관계학과 초빙석좌교수는 일본의 외교·안보 전략을 투 트랙으로 정리했다. 하나는 미-중 전략경쟁의 틈새 전략, 다른 하나는 한·미·일 3국 협력 체제를 통한 중국과 북한의 안보 위협 대응이다. 이 교수는 “미국의 유일 초강대국 지위가 흔들리고 아시아 지역 전체를 자력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틈을 타서 일본은 독자적인 운신의 폭을 확대하려 한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의구심을 불식하기 위해 미-일 동맹의 강화를 내세운다”고 말했다.

2022년 11월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2년 11월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정작 일본은 중국과의 양자관계 중시

그는 또 “일본은 한·미·일 삼각 협력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의 선봉에 서는 것처럼 하면서도, 한편으로 중국과의 양자관계를 무척 중시한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추구했던 대국(大國) 외교가 바로 그것으로, 중국·오스트레일리아·인도·러시아·영국·프랑스 같은 주요국과 철저한 국익 외교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재임 8년 동안(2012~2020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만도 27차례나 했다.

이 교수는 특히 “일본이 아베 신조 총리 시절부터 추진해온 국가 목표가 ‘보통국가’를 넘어서서 ‘보통대국’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말하는 ‘보통국가’란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부인하는 현행 평화헌법을 고쳐 파병과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를 가리킨다.

그런데 거기서 더 나아가 대국이 되겠다는 청사진이 ‘보통대국’이다. 이 교수는 “역사적으로 일본이 대국주의 노선을 펼칠 때 (주변국은) 항상 위험했다”며 16세기 말 대륙 진출을 구실 삼은 조선 침략, 20세기 전반 ‘대동아공영권’을 내세운 아시아 침략을 예로 들었다. “지금 우리는 굉장한 경계심을 갖고 일본에 ‘그런 길로 가면 안 된다’고 말해야 하는데, 미국과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편승해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한-일 관계 개선만 말하고 ‘그다음(의 비전)’이 없다”는 이야기다.

3월20일 중국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중·일·한 3국은 가까운 이웃이자 중요한 발전 파트너로, 3국 협력은 공동의 이익과 지역 국가의 기대에 부합한다”며, “2023년 안에 한·중·일 3개국 정상회의의 개최를 지지하며 한국·일본과 소통하고 조율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2008년 시작된 국가정상급 연례 회의로, 현재 한국이 순회 의장국이다. 2023년 서울에서 열릴 이 회의가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역량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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