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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 시장 “임기 내 시민 눈앞에 웨이퍼 보여주겠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주거·교육·의료 등 정주 여건 조성해 청년들 찾아오게 만들 것”
등록 2026-10-22 21:08수정 2026-10-26 13:24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2026년 10월19일 전남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청사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전남광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2026년 10월19일 전남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청사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전남광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단군 이래 최대 규모 투자’인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의 조타수는 이재명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청와대다. 산업통상부를 중심으로 한 중앙정부가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밑그림을 그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6월29일 국민보고회에서 “재임 기간 중 가장 위대한 국가적·역사적 업적”이라고 자평할 만큼,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로 전 부처를 진두지휘하는 전형적인 톱다운 방식의 국책사업이다.

중앙정부가 판을 깐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한 마지막 퍼즐은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손에 달려 있다. 중앙에서 촘촘하게 짜인 정책을 현장에 안착시키고, 지역 주민들의 삶에 녹아들게 하는 야전사령관 역할이 그에게 주어졌다. 호남 역사상 전례 없는 ‘최소 2만 명 이상의 대규모 고용 창출’이 예고됐지만 정주 여건 마련, 지역 산업 생태계 구축, 인재 양성, 지역 격차 해소 등 난제가 민형배 시장의 손에 달려 있다.

한겨레21은 앞서 두 차례 일본 구마모토와 대만 신주를 통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의 명암을 확인한 바 있다. 구마모토와 신주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전남광주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이를 확인하고자 민형배 시장을 2026년 10월19일 오후 광주청사 접견실에서 만났다.

 

“성공과 승리 경험 없는 호남”

 

민형배 시장은 2026년 7월1일 취임식을 건너뛰고 반도체전략위원회 발대식을 열었다. 이틀 전인 6월29일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의 대상지로 호남을 지목했다. 반도체산업을 총괄하며 관련 인허가 절차를 처리할 지휘 본부부터 꾸리는 게 급선무였다. 민 시장과 정은승 전 삼성전자 사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는데, 현장의 반응이 미적지근했다고 한다. “이 사업의 무게와 폭발성을 볼 때 지역에서 난리가 나야 하는데, 광주는 조용했다. 한 3주 동안 몹시 우울했다.” 전남광주 사람들의 호응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민 시장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그가 바라본 호남은 “성공과 승리의 경험이 없는” 땅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투자 계획이 현장에서 구현된 전례가 없기 때문이었다. 반도체 후공정 처리 공장 착공식에서 “전라도의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외쳐도 호응 없는 시민들을 보며 그는 결심했다. “임기 내에 웨이퍼 한 장, 반도체 칩 하나라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시민들에게 ‘이게 진짜 되는구나’라는 승리의 경험을 선물하겠다.”

2030년 호남에서 만든 반도체 칩을 세상에 내놓는 주체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다. 민 시장은 반도체 공장과 함께 지역에 정착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일에 전념할 계획이다. 그는 “팹 4기가 들어오면 2만3천 명 정도의 고용이 창출된다. 전남광주 산정지구 공공택지를 반도체 인력의 배후 주거지로 선정해 1만4천 가구가 거주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이들을 위한 맞춤형 학교 역시 교육감과 함께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주의 핵심인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자 국제학교 유치 및 외국어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상급병원 30분 접근’을 목표로 의료 인프라도 재배치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티에스엠시(TSMC) 공장을 유치했던 일본 구마모토가 인재 유출 문제를 겪는 상황을 놓고선 “전남광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민 시장은 “전남광주는 전남대, 광주과학기술원(GIST),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이 있기에 인력을 양성할 기반이 충분하다.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특화 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 및 교육청과 협업 중”이라고 말했다. 교육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우려가 제기된 오퍼레이터 등 실무 인력은 “미니 팹을 2기 만들어 맞춤형 인력을 양성할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2026년 10월19일 전남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청사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전남광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2026년 10월19일 전남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청사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전남광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특별한 희생엔 특별한 보상”

 

민 시장은 다수 언론이 제기한 전력과 용수 공급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호남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한데다 자급률이 170%를 넘어섰다. 이미 70%가 남아돌고 있다. 반도체 공장에 전기가 들어오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반도체 공장 4기에 필요한 하루 용수 65만t을 놓고선 동복댐 증축(기존 댐 하류에 새 댐 건설)으로 30만t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장흥·보성강·나주·주암댐을 통해 보충할 예정이다. 민 시장은 “반도체 공장이 가동되는 2030년까지 용수는 문제가 없다. 추후 클러스터가 확장될 경우를 대비해 106만t까지 공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동복댐 증축을 진행하면 마을 수몰은 피할 수 없다. 현재로선 약 300가구가 기존 터를 떠나 이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데, 이들을 위한 지원 대책이 촘촘히 짜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 시장은 “제일 염려되는 부분”이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정말 죄송한 일이다. 자원을 제공하는 곳과 혜택을 누리는 곳이 따로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을 기본 원칙으로 하겠다. 미리 찾아가 충분히 말씀드리고 사전에 양해를 얻고 싶다.”

 

“전력·용수 공급도 문제없다”

 

전남광주는 침체를 겪고 있다. 호남지방데이터청이 발표한 국내 인구이동 현황을 보면, 전남광주의 2025년 순유출 규모는 1만3678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순유출률 1위다. 이 중 20·30대가 약 8천 명에 이른다. 청년층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라는 천재일우 앞에 민 시장이 그리는 전남광주특별시는 어떤 모습일까. “청년들이 제 발로 찾아오는 도시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 길을 트고 싶다.”

전남광주=채윤태 chae@hani.co.kr·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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