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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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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검사들 놀이터인가

문재인 정부 추진한 법무부 탈검찰화 ‘원상 복구’
주요 부서에 윤석열 대통령 측근 검사들 줄줄이
“법무부 장악은 검사 중심의 법치주의 장악”
등록 2023-03-17 13:16 수정 2023-03-22 00:47
문재인 정부에선 검찰 개혁 정책의 하나로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추진했으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탈검찰화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의 법무부 청사.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문재인 정부에선 검찰 개혁 정책의 하나로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추진했으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탈검찰화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의 법무부 청사.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7년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정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2020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설치하고 검경 사이에 수사권을 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법무부를 탈검찰화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문재인 정부의 박상기 초대 법무부 장관은 2017년 1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구성해 법무부의 탈검찰화 정책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2017년 7월까지 검사만 임명해온 71개 직위 가운데 39개 직위에 비검사 전문가를 임명했다. 특히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60여 년 만에 나온 검사 출신 아닌 차관이었다.

이런 법무부 탈검찰화 조처에 따라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70명에 이르렀던 법무부 파견 검사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2017년 67명, 2018년 36명, 2019년 34명, 2020년 32명, 2021년 33명, 2022년 33명으로 크게 줄었다.

박근혜 70명→문재인 33명→윤석열 45명

이광수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은 “법무부를 탈검찰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오랫동안 제기됐다. 왜냐하면 법무부 업무는 포괄적인데, 검찰 업무는 수사, 기소, 형 집행 등 좁은 분야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작은 업무를 하는 사람이 큰 업무를 지배해선 안 된다. 수사 검사가 법무부 업무 전반을 제대로 다루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도 검사 파견의 핵심인 법무부 검찰국엔 여전히 검사만 임명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검찰국의 국제형사과장과 형사법제과장은 검사와 비검사 모두 임명할 수 있게 바뀌었으나, 계속 검사가 임명됐다. 또 법무부 간부 직책 가운데 비검사 임명이 가능한 장관 정책보좌관, 대변인, 감찰관, 감찰담당관, 기획조정실장 등 12개 이상의 직책에도 계속 검사가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 정책의 하나로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추진했다. 2019년 6월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참석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임호선 경찰청 차장(왼쪽).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 정책의 하나로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추진했다. 2019년 6월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참석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임호선 경찰청 차장(왼쪽). 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미진한 문재인 정부의 탈검찰화 정책조차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바로 뒤집혔다.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2년 3월 33명으로 줄었던 법무부 파견 검사는 1년 만인 2023년 3월 다시 45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파견 검사 수가 박근혜 정부 시절 수준으로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탈검찰화도 원상 복구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설 탈검찰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 법무실의 실장과 법무심의관, 국제법무과장, 상사법무과장 등은 정권이 바뀌자마자 파견 검사인 김석우, 구승모, 김태형, 김봉진 검사로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엔 법무실장 3명, 법무심의관 2명, 국제법무과장 2명, 상사법무과장 2명이 비검사 출신이었다.

법무부 핵심 부서엔 대통령 측근들이

김태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법무부 파견 검사는 다시 늘어나고 있고, 이노공 등 얼마 전 그만둔 검사들이 정무직으로 법무부에 돌아왔다. 2023년 2월 위은진 법무부 인권국장이 사직했는데, 아직 새 국장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 인권국장마저 검사를 임명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문재인 정부의 탈검찰화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가 법무부 파견 검사 45명의 소속 부서를 확인해보니, 파견 검사 수는 법무실 11명, 검찰국 10명, 기획조정실 7명 등 핵심 부서에 몰려 있었다. 또 감찰관실 4명, 인사정보관리단 3명, 대변인실 2명, 인권국 2명 등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법무부 파견 검사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들이다. 신자용 검찰국장은 박영수 특검팀에서 윤석열 수사팀장과 함께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특수1부장을 지냈다. 권순정 기획조정실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 대변인이었다. 김석우 법무실장은 윤석열 총장 시절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했다. 신동원 대변인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 때 서 검사의 인사 파일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논란이 된 검사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법무부의 탈검찰화는 정부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김대중 정부 이후 역대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온 공통의 방향이었다. 그런데 윤 정부에서 전면적 퇴행이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 측근 검사들에게 법무부 자리를 나눠주는 식으로 인사를 한다. 이렇게 사적으로 인사를 한다면 법무부뿐 아니라 국정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영역인 인사까지 검찰이 지배

윤석열 정부에서 또 하나 특징적인 점은 과거 청와대 인사수석실이나 민정수석실에서 맡았던 인사 검증 기능을 법무부로 가져와 ‘인사정보관리단’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박행열 초대 단장은 인사혁신처 출신이지만, 실제로는 검사들이 주도하는 조직이다. 특히 인사정보관리단은 2023년 2월 검사 출신의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때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오재록 전주대 교수(행정학)는 “주요 직책 인사는 정치의 영역이어서 오랫동안 청와대에서 인사 검증을 맡아왔다. 인사 검증을 법무부에 넘긴 것은 이번 정부에서 검찰 관료가 정치 영역까지 지배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대통령으로서는 검사들의 인사 검증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민주성이 침해된다”고 말했다.

검사 외에 검찰공무원도 10명이나 법무부에 파견돼 있다. 검찰과에 2명, 정책기획단, 국가소송과, 형사기획과에 1명씩 5명이 법무부에 파견돼 있다. 또 법무부 소속으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세종연구소, 국방대학교, 진실화해위원회,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회에도 검찰공무원 5명이 파견돼 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는 국회에서 법을 만들 때나 행정부에서 법을 집행할 때 모두 개입한다. 법무부를 장악하는 것은 정부의 법치주의를 장악하는 것이다. 검사 중심의 법치주의를 만들려는 시도라 본다”고 말했다. 법무부 검사 파견에 대해 법무부 대변인실은 “해당 업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 충분한 경험과 실력을 갖춘 검사를 기용했다. 법무부는 법무 행정의 원활한 수행과 전문성 제고를 위해 내외를 가리지 않고 우수한 인재를 등용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참고 문헌: 
참여연대, 문재인 정부 5년 검찰 보고서 종합판 '표류하는 검찰개혁 다가오는 검찰공화국',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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