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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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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신줏단지’가 아니다

‘당대표 방탄’ 올인하는 민주당, 패배의식 말고 거대 야당의 모습 보여라
등록 2022-12-03 19:07 수정 2022-12-09 13:0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2년 11월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시계를 보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2년 11월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시계를 보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시선은 크게 두 갈래다. 억울하겠다는 쪽과 문제가 있다는 쪽이다. 검찰 수사의 흐름과 이재명 대표의 태도, 민주당의 진로와 맞물려 또 여럿으로 나뉜다. 진실은 모든 것이 만나는 어름에, 혹은 모든 것을 합쳐놓은 어간에 걸쳐 있다. 결국 ‘골대’가 누구 편인가로 승패가 갈리는 이상한 경기를 보는 기분이다.

대장동 개발 과정의 부정부패를 까발리고 부당한 이득을 환수하려는 건지 그저 이재명을 엮어넣기만 하려는 건지 목적을 알 수 없는 검찰의 수사 행태를 보면 이재명 대표가 억울하기도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파트너인 야당 대표를 대놓고 범죄인 취급한다. 여기에 집권여당 인사들은 탬버린 흔들어대듯 시끄럽게 방탄, 방탄 코러스를 넣는다. 꼴사나워서라도 이재명 대표를 편들고 싶을 정도다.

반면 측근과 분신이라는 사람이 구속된 상황에서 “털 테면 털어봐라”라는 선언 외에 아무런 해명도 변명도 내놓지 않은 이재명 대표의 ‘뭉개기’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그는 왜 이렇게까지 애써서 아무렇지 않은 척할까? 검찰의 힘이 비정상적으로 막강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그런 ‘애씀’이 이해되다가도, 정치적·도의적 차원에서 당원과 지지자에게 사과하거나 설명이라도 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에 줄곧 ‘무반응’인 모습은 비겁해 보이기도 한다.

“뭐래도 안 믿는다. 검찰은 작작 해라” “이재명 죽이기는 민주당 궤멸 작전이다” “당권을 내려놓는 게 민주당도 이재명도 살길이다”, 견해는 각양각색이다. 저마다 논리와 서사가 그럴듯하다. 배경에는 이재명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있다. 30년 넘게 비슷한 정치 견해를 나눠온 내 친구들도 그렇다. 한 친구는 이재명이 말만 번드르르한 사기꾼이라고 여긴다. 다른 친구는 겁쟁이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친구는 그걸 무슨 ‘주장씩이나’ 하냐며 그래도 그만한 정치인이 없다고 힘을 싣는다.

신념과 용기와 실력은 정치인이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이지만, 그중 아무것도 안 지닌 이도 대통령이 되는 세상이다. 어차피 저쪽이 싫어서 이쪽을 찍은 게 아닌가. 세상을 이롭게 하느냐 아니냐로 재평가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게 참 주관적이다. 이재명을 보는 시선이 복잡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재명은 작은 성과를 크게 포장하는 ‘뻥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밑천이 없는 이가 그러지 않으면 무슨 수로 컸겠느냐는 반론이 따른다. 거짓말을 잘한다고도 한다. 안 하면 좋겠지만 궁지에 몰려 살기 위해 하는 건 봐줄 수 있다는 반박도 있다.

나는 이재명이 거짓말한 적 있고 뻥을 잘 친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재명이기에 해낸 일이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가 아니었다면 청소노동자의 휴게실이 지상으로 올라왔을까? 살인적인 고리대금 빚을 진 이들이 보호받을 길이 생겼을까? 파업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거는, 더럽고 끔찍한 상황을 바꾸자는 ‘노란봉투법’ 제정에 우리 정치가 이렇게 무게 있게 귀 기울일 수 있었을까?

정치인 이재명의 ‘침묵’은 비겁할지언정 ‘합리적 처신’일지 모른다. 문제는 민주당이다. 이재명을 ‘신줏단지’처럼 싸고돌 이유가 없다. 누명을 썼다면 함께 싸워야겠지만 모든 것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절대선의 면류관을 씌워서는 안 된다. 이재명 아니면 민주당에 대안이 없다는 건 패배의식이다. 리더는 늘 생긴다.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 탄압은 의석 169석의 초거대 정당이 할 소리가 아니다. 그만 징징대라. 민주당은 입법권력을 갖고 있다. 그 힘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진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김소희의 정치의 품격: ‘격조 높은’ 정치·정치인 관찰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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