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5월30일 6·1 지방선거 벽보가 붙은 경기도 군포시 당동의 지하철 군포역 들머리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JTBC)의 주인공인 경기도 산포시 삼 남매는 매일 아침 출퇴근이 스트레스다. 달걀의 ‘노른자’(서울)에서 ‘흰자’(경기도 외곽)로 밀려난 이들은, 매일 아침 노른자를 향해 나아가지만 노른자가 빠진 달걀처럼 마음 한가운데가 뻥 뚫려 있다. 통근 거리가 길어질수록 마음은 허하다.
5㎞ 미만 거리로 출퇴근하는 이의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73.9점, 25㎞ 이상은 그보다 낮은 70.1점이었다(2014년 서울연구원 조사). 같은 해 영국 통계청 조사에선 60~90분 거리를 매일 오가는 이의 생활만족도와 행복감이 가장 낮았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통근하는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산포시 삼 남매가 바라는 ‘평범한 삶’은, 출퇴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서울 사람처럼 살고 싶다는 말과 다름없다.
지난 정부 임기 동안 서울은 ‘산포시 삼 남매’ 같은 경기도 거주 20~30대 청년들에게 다시 들어갈 수 없는 철옹성으로 바뀌었다. 긴 출퇴근 시간이 점점 족쇄처럼 느껴졌을 그들은 ‘누가 이런 일을 벌였을까’ 자꾸 생각했을 것이다. 나라를 경영하는 이들은 집값만 올린 게 아니었다. 자신의 특권을 자녀에게 대물림하려 편법과 불법을 오가며 기회를 독점했고, 성추행을 저질렀다. 180석이나 되는 거대 권력을 쥐었던 더불어민주당이나, 자녀에 대한 특권 대물림과 재산 허위신고 등을 한 국민의힘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도의 ‘삼 남매’는 자꾸만 생각했을 것이다. ‘저들이 왜 우리를 대변해야 하는가.’
선거는 산포시 삼 남매 같은 시민을 유권자라는 이름으로 불러낸다. 아주 잠깐 무대로 불려나온 이들에게 선거는 시민의 대표자를 뽑을 기회를 부여한다. 하지만 대선 뒤 불과 석 달 만에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6·1 지방선거)에서 이들의 선택은 예견돼 있었다.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의 또 다른 패배.
어쩌면 ‘해방’을 갈구하며 투표에 임했을 경기도 삼 남매들의 속내는 어떠했을까. 선거일을 앞둔 2022년 5월30~31일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였던 경기도, 그중에서도 군포시 유권자의 속내를 들어봤다. 군포시는 ‘산본+군포’에서 한 글자씩 따와 드라마 속 가상공간으로 이름 붙여진 산포시의 원형이자, 오랜 기간 더불어민주당을 굳건히 지지해온 텃밭이기도 하다. 이 밖에 6·1 지방선거를 전후해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당 안팎에서 오간 쇄신의 목소리, 역대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출마한 10대 후보자들의 이야기도 함께 전한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산포 3남매, 민주당에 실망해 정치마저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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