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취재사진
지금 K-정치에는 세 가지 미스터리가 있다. 첫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40% 안팎으로 유지된다. 둘째, 제1야당은 정권교체 임무를 당내 정치인이 아니라 급조돼 들어온 외부 인사에게 사실상 내주고 맡겨버렸다. 셋째, 앞의 둘 다 마땅치 않다고 생각하는 이가 적잖은데도 제3지대나 정의당이 힘을 쓰지 못한다.
셋은 얽히고설켜 있는데 하나의 열쇳말을 뽑으라면 ‘증오’를 들겠다. 죽어도 저놈이 되는 꼴은 못 보겠는 심리 말이다. 국민의힘이 미우니 대통령을 지켜야 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미우니 ‘근본 없는’ 이라도 내세워 기필코 이기겠다는 것이다. 이 미움과 갈등이 너무 크고 절대적이라 게도 구럭도 다 잃는 게 아닐까.
가장 맥락이 안 읽히는 건 두 번째 미스터리다. 국민의힘과 그 지지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윤석열(사진 위)과 최재형(아래)을 맨 앞에 놓는지 모르겠다. 누가 봐도 두 사람은 대통령 될 준비가 안 돼 있다. 자기 분야에선 무언가를 이뤘는지 모르겠으나 사회문제나 역사 인식이 보통 사람의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임이 이미 드러나지 않았나.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을 ‘보유’하고도 국민의힘은 왜 이럴까. 전·현직 의원이 줄줄이 양 캠프로 갈라지는 모습을 보면 단지 포커페이스나 롤플레잉은 아닌 게 분명하다. ‘반문’ 표심만 자극해 권력을 잡으면 끝이라는 걸까. 반정치도 이런 반정치가 없다.

연합뉴스
두 사람은 연일 증오를 부추기거나 시대를 거스르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최재형은 8월11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 강연에서 “이 정부 목표 중에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게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발상”이라며 “국민의 삶을 국민이 책임져야지 정부가 왜 책임지나”라고 했다. 개입도 세금도 줄이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지만, 자유만 알고 책임은 모르는 전형적인 반쪽짜리 멘털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지 모르는 게 틀림없다. 그러면 본인은 왜 대통령을 하려 하나. 누구의 삶을 흔들려고.
심리학자 김태형은 대선 주자를 공익형 인간과 사익형 인간으로 나누며 뼈 때리는 정의를 내렸다. “공익형 인간은 뭔가 할 게 있어서 대통령이 되려고 하고 사익형 인간은 대통령이 되려고 뭔가를 한다.” 최재형은 그 ‘뭔가’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 부산에서 청소하고 박정희 생가를 찾고 집에서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 외에 보여준 게 없다. “말로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공약을 만들어 앞으로 제시하겠”단다. 이런. 계획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라니. 지금부터 공부해서 언제.
유난히 돌리고 벌리는 껄렁한 태도 탓인지 ‘정권과 맞짱 떠봤다’는 서사 덕인지 윤석열 쪽이 텐션은 더 높아 보인다. 하나 그도 왜 이기려는지는 오리무중이다. 입을 열 때마다 설화를 부르고 밑천도 다 드러났는데 지지율이 나오는 이유는 크게 둘이다. 문재인 정권이 너무 밉고, 다른 후보들은 영 약할 거 같으니까. 국민의힘과 그 지지자들 특유의 이기는 편 내 편 정서나 대세 추종, 1등주의와도 관련 있겠다.
증오에 기댄, 이기는 게 목표인 정치는 결코 건강하게 오래가지 못한다. 반문도 정권교체도 좋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이 구사하는 건 도박이다. 도박 정치는 맹목적이고도 위험하다. 대선이 끝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 최재형 대통령 그림이 그려지는가. 지지율에 취해 이 복잡한 시대에 부동산도 외교도 통치자의 의지만 있으면 다 할 수 있다는 ‘뽕’이 가득 들어찬 이나 공약 하나 제대로 설계도 못하면서 문재인 정권과 반대로만 하면 된다고 대놓고 말하는 이와 정녕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가. 유승민이 말한 대로 “이번 대선에 ‘문재인 후보’는 출마하지 않는”데 말이다.
준비 안 된 둘을 굳이 내세워 떠받치는 이들에게 동시대인으로서 연민을 담아 말하고 싶다.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게임의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을 자각하길 바란다. 증오를 내려놓고 조급함을 버리면, 너도 할 수 있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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