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기적이 현대에 재현된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부활할 조짐이다.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인사를 강행하고 부산 엘시티 비리 의혹의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면서 ‘국정 재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그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국무회의 자리에도 등장해 이를 주재하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청와대는 선물과 격려전화가 그야말로 쇄도하고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까지 언론에 흘리고 있다. 그간 박근혜 대통령을 돌연변이 권력인 것처럼 표현했던 보수언론의 태도도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이런 모든 변화는 두 사건 이후 시작됐다. 첫 번째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양자회담 제안 및 철회다. 추 대표를 둘러싼 이 사건은 그 진의야 어쨌든 야권의 주도권 경쟁 때문에 불거진 일로 비쳐졌다.
물론 정치에는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이 사건이 불러온 후폭풍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끌려나와 ‘퇴진론’에 불을 붙이면서 청와대는 대통령 퇴임 뒤 안전과 임기 문제에 대한 ‘협상’이 불가능하리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러니 지지율이 5%가 나오더라도 대통령의 지위와 업무를 유지하면서 임기를 채우고 법적 책임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트위터 막말로 유명한 유영하씨를 부랴부랴 변호사로 선임하고 검찰 조사를 해태하기 시작했다. 자연인으로서의 법적 권리를 모두 찾겠다는 거다. 대통령을 대면조사해 무너진 위신을 세우려던 검찰은 닭 쫓던 개가 입맛을 다시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언론은 당황한 검찰이 대통령에게 반격하기 위한 이런저런 카드를 ‘만지작’댄다는 기사를 쓰고 있으나, 이후 상황은 뻔할 뻔 자다. 언론이 언급하는 이런저런 ‘카드’들은 검찰이 끊임없이 ‘만지작’댄 끝에 결국 닳아 없어져버리고 말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엘시티 의혹 수사 지시는 검찰에 상당한 부담을 지우는 걸로 보인다. 검찰이 이 지시를 통해 받은 메시지는 대통령이 결국 임기를 채울 것이며, 김수남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2월에 마지막 인사권을 휘두를 것이고, 따라서 여전히 검찰 머리 위에는 대통령이 있다는 거다. 어찌 함부로 하겠는가.
당을 뛰쳐나가려던 비박계 인사들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처지가 된 것은 마찬가지다. 이 비리에는 유력 정치인들이 대거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다. 이 정치인들로서는 폭탄을 하나씩 안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진데, 이 중 어떤 폭탄이 터질지 결정하는 것은 이런 판국에선 청와대 마음이다. 친박계 인사들은 “집 나가봐야 시베리아”라고 말하지만, 엘시티 비리 의혹 수사가 시작되면 시베리아에 암살자가 파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도 참가할 걸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외치든 내치든 모든 것을 챙기는 만기친람 대통령의 완벽한 부활이 된다. 최순실씨가 없어도 이렇게 잘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면서 무너진 콘크리트 지지층에 다시 집합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헌정 유린과 국정 농단은 친구에게 연설문 검토를 맡기고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에 해당하는 의료 행위를 공유한 정도의 문제로 축소될 것이다. 결국 콘크리트들은 나라를 뒤집고 권력을 훔쳐가려는 종북좌파 세력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기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날 것이다.
“이 만행을 오늘 우리가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나, 좋은 정치 하시오.” 이런 말이나 하는 처지가 되지 않으려면 광장에서의 목소리를 키우는 수밖에 없다. 우리 헌법 전문에는 4·19혁명 정신을 계승한다고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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