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그래픽/ 김민하 <미디어스> 기자
실제이건 상상이건, ‘명절 민심’은 언제나 굵직한 선거의 첫 번째 변곡점으로 읽힌다. 명절은 여야 모두가 격렬한 ‘정신승리’로 스스로들을 위로하는 때다. 지난 4월, 뜻밖의 ‘야대여소’ 정국이 열린 데는 그에 앞서 벌어진 설 밥상의 대화가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가가호호 밥상머리의 대화들에서 각각의 발화들은 추상적이고 모호할 것이지만, 그것들을 합쳐놓고 보면 강력한 정치적 실체로 남는다. 명절 민심을 어떻게든 기술해야 하는 언론과 그 추상성을 구체적으로 환원해내야 하는 정치인들의 노력(!)으로 명절 민심은 어떻게든 영향력을 발휘하고, 정치적 풍향계 역할을 해낸다.
임기 말이다. 대선을 1년3개월여 남겨놓은 추석이다. ‘누구는 된다, 안 된다’ 말하기 딱 좋은 때다. 이번 추석 민심은 틀림없이 대선의 ‘심지’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나 이번 추석을 앞두고는 정치적 성향이 불변인 지독한 ‘꼰대’ 어르신이나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도발’의 의지를 억누르고 있어야 하는 자식 세대나 동시에 욕할 수 있는 이름이 넘쳐난다. 매끄럽게 서로의 인식이 공유되진 않겠으나, 통로가 돼줄 그 이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뉴스를 매일 보는 입장에서야 우병우란 이름이 지겹지만, 장삼이사들에게 우병우의 이 끝나지 않는 존재감은 여전히 생경한 무엇이다. 생각해보라. 장관도 아니고 국회의원도 아니고 여하튼 돈이 많다는 건 알겠는데 누군지는 정확히 모르겠는, 일개 비서에 불과한 이에게 대통령이 왜 이토록 집착하는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문제다. 역대 어떤 대통령도 청와대 참모 한 명에게 이토록 존재를 몰입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 이유가 뭔지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려면 아마 한 번의 밥상머리 대화로는 부족할지 모른다. 그건 어쩔 수 없이 박근혜 시대에 대한 평가일 수밖에 없고, 우병우에 대한 평가가 부박해질수록 정치적 격변의 가능성은 농후해질 것이다.
이정현과 추미애의 이름도 통로가 될지 모르겠다. 호남 출신 여당 대표와 노무현을 탄핵했던 ‘추다르크’의 귀환에 대해 어떤 정치적 평가가 내려지는지에 따라 여야의 집토끼 전략이 달라진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호남의 지지세를 확장하는 보수 집권 전략’의 일단을 내비추기도 했다. 기존 대구·경북(TK)-충청 연합과는 결을 달리하는 전략이지만 지난 총선에서 발생한 호남표의 향배를 보면 공학적으론 불가능한 설계도 아니다. ‘영원한 비서’ 이정현 대표의 꿈은 이뤄질까.
‘관리형 대표’로 평가되는 추미애 대표 역시 그 역할을 야권 지지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여권과 달리 야권은 ‘잠룡’이 넘쳐난다. 추석을 앞두고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등이 사실상 대선 도전을 선언하고 손학규 고문 등이 정치 재개를 시작한 것은 시기적 우연이 아닌 정확히 시기를 겨냥한 정치 행보다. 김무성 의원이 추석 밥상에서 충분히 기억될 만한 시기에 ‘서민 코스프레’를 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문재인 대세론 속에 추미애 대표가 어떤 의미냐는 격론은 결국 야권 잠룡들의 미래를 점쳐보는 바로미터다.
명절 밥상 정치 얘기에 껴들지 않을 것이고 아무 상관도 없다고? 그럴 수 있을까. 의 저자 에드워드 버네이즈는 “우리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의 통제를 받으며 우리의 생각을 만들고 취향을 형성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고 했다. 그들은 당신의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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