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정치란 뭘까, 의문을 갖게 하는 하루하루다. 애초에 포문은 가 열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 부동산 의혹을 1면에 실은 거다. 언론계 주변에선 ‘가 전쟁을 각오했다더라’는 설이 파다했다. 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언론이 우병우 수석에 대한 의혹 발굴에 동참했다. 특별감찰이 시작되자 우병우 수석은 “주말만 지나면 잠잠해질 텐데 왜 사건을 키우나”라며 분노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키라”고 말했다.
뭔가 반격이 시작된 건 지난 8월5일이다. 청와대가 이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은 2014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연상케 한다. 애초 우병우 수석 처가 부동산 의혹은 청와대 내부에서 나왔다는 게 정설이었으나, 경찰은 대기업 홍보실 직원이 만들어낸 낭설이 ‘지라시’가 된 걸로 결론 내렸다. ‘지라시’에 등장하는 소문으로 의혹을 제기한 입장이 된 는 반성문 비슷한 사설을 썼으나, 8월16일 박근혜 대통령이 하나 마나 한 개각 인선을 발표하자 다시 ‘강공’ 모드로 전환했다.
바로 그날 MBC가 자객처럼 등장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사’와 짜고 우병우 수석을 궁지로 몰아넣기 위해 공작을 했다는 것이다. 는 우병우 수석의 사퇴를 요구하면서도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야당 공천을 받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는 ‘특정 언론사’의 다른 기자가 경찰과 짜고 우병우 수석이 사용하는 차량에 대한 불법적인 차적 조회를 했다고 보도했다.
감찰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의심받은 상황에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의심되나 증거가 없다’는 취지로 사건을 재빨리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8월19일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감찰 내용 유출은 중대 위법이자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히면서 애초 ‘우병우 수석의 비리’ 문제였던 사건의 성격은 ‘특정 언론과 특별감찰관이 공모한 우병우 밀어내기’로 변화할 조짐이다.
2014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역시 ‘비선의 국정 개입’ 의혹이 ‘대통령의 친·인척을 낀 일부 청와대 관료들의 권력투쟁’ 문제로 뒤바뀌었다.
왜 이럴까? 비선과 우병우 수석이 없으면 국정 운영이 안 되는 것일까? 여기서 박근혜 대통령의 두 가지 문제를 본다. 첫째는 정치에 대한 냉소적 인식이다. 요약하자면 ‘밀리면 계속 밀린다’는 거다. 대통령이 보는 정치는 문제를 해결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게 아니라 권력 주체들 간의 끝없는 파워게임이다. ‘우리 편’ 이외에는 모두 불순한 의도를 가진 진실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러니 남의 말을 안 듣고 자신의 ‘수첩’만 본다.
둘째는 통치에 대한 고질적인 자신감 부족이다. 대통령이 적절하게 권한을 행사하고 공적 체계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면 비선이니 우병우니 하는 의혹은 자연스럽게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문제가 있는 사람은 사퇴시키고 수사를 받도록 하면 된다. 사람이 아니라 ‘자리’가 일을 하게 해야 한다.
대통령에겐 그런 개념 자체가 없는 듯하다. 어떤 유능한 음모가가 모든 공작을 떠맡아 하는 구조다. 이렇게 해서 대통령이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겠다. 왜 대통령이 되셨느냐고 묻고 싶다.
<font color="#008ABD">글·컴퓨터그래픽</font> 김민하 기자전화신청▶ 02-20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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