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양자택일에서 미국을 선택한 결과라고들 한다. 과연 그런가? 박근혜 정부가 ‘친중 노선’ 때문에 비난받던 게 엊그제다. 그때만 해도 보수언론들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포함한 외교라인을 교체해야 한다고 일제히 비난했다. 그런데 이렇게 됐으니 참 신기한 일이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이 초창기부터 일본을 배제하고 중국을 가까이한 결과다. 친중 노선은 아마도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불가피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을 제어하려면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란 인식 때문이다.
MB 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대북관계 개선이 필수다. 그러나 보수층에 대북관계 개선의 당위를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박근혜 정부는 ‘북한붕괴론’을 활용했다. 통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대북 지원을 통한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는 거다. 특히 군 출신들이 전면에 나섰다. 보수언론들 역시 너나 할 것 없이 통일을 대비하자며 분위기를 띄웠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비둘기파’로 알려진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갑작스레 쫓겨난 이유는 아직도 알려진 바 없다. 그래서 ‘최대석 미스터리’다. 다만 이 정부의 초대 국가정보원장이 군 내 강경파로 분류된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이었다는 걸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2013년 말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 간부들을 모아놓고 2015년엔 통일이 이미 돼 있을 거라며 ‘양양가’를 불렀다. 즉, 붕괴가 코앞에 닥쳤다는 걸 이들은 진실로 믿었다. 이런 환경에서 아마 최대석 교수는 ‘북한붕괴론’과 ‘대화론’이 한 바구니에서 공존할 수 있는 어떤 임계점을 넘어버린 게 아닐까 싶다.
통일대박론이니 드레스덴 선언이니를 말할 때마다 북한은 이게 결국 체제 붕괴 유도를 말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이 의심은 정권 중반을 지나기 전에 확신으로 변했다. 그들은 망설임 없이 4차 핵실험을 선택했다. 그걸 선택하는 순간 박근혜 정부와의 대화는 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강행했다.
평양특사를 자처하다 경질된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은 “통일부 장관은 아무나 와도 되는 자리 같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내내 기를 펴지 못했다. 국정원 하부 조직 같았다. 이 얘길 하자면 ‘천해성 미스터리’를 빼놓을 수 없다. 통일부 ‘에이스’가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파견됐다 강경파들에 밀려 일주일 만에 원대복귀한 사건이다.
그때 국가안보실장이 군 출신 김장수 주중대사였다. 지금 김관진 실장은 그 후임이다. 친중 노선으로 벌어놓은 시간 동안 남북관계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 건 결국 이들 탓이다. 미국이 남중국해를 시작으로 계산서를 들이밀기 시작한 뒤에는 어찌할 방도가 없다. 즉, 사드는 미국이냐 중국이냐가 아니라, 북한붕괴론이냐 아니면 대화와 타협이냐의 갈림길에서 전자를 택하고, 그 이전의 모든 맥락을 여기에 맞춰 소급적으로 구성한 반환점이다. 이렇게 남북관계는 미·중 대결에 종속됐고, 남중국해 문제는 확전일로이며, 일본은 개헌 세력이 양원을 모두 점거했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군축은 이제 설 자리가 없다. 그저 무기만 가지면 좋아하는 군만 ‘노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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