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그래픽/ 김민하 편집장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은 탈당한 유승민 의원을 향해 “내무반에서 서로 총질하는 모습을 보이고선, 희생양인 척 당을 모욕하고 침 뱉으며 떠났다”고 했다. ‘극딜’이다. 상대를 파괴하기 위해 내뱉은 말의 함의를 일일이 추려 따지는 것이 마땅한지는 모르겠으나, 이 위원장의 비유에선 최소한 두 가지 정도는 짚어야 한다. 우선, 총‘질’이 있었는가다. 그리고 희생양인 ‘척’하고 있는가다.
이 위원장을 스나이퍼로 앞세운 일군의 무리들이 유승민 의원을 향해 ‘총질’을 한 것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위원장조차 저격수 역할을 맡은 당번병이었을 뿐이고, 그 외 ‘진박’을 자처한 진박이고 싶은 숱한 의원들이 이른바 ‘정체성’이란 과녁을 향해 난사를 해댔다. 어쨌든 당내 투표를 통해 ‘원내대표’에 선출됐던 3선 의원의 ‘사상’을 문제 삼는 그 행위를 언론은 ‘유승민 버티기’라는 이름으로 경마식 중계를 했다.
그렇다면 유승민 의원은 무슨 총질을 했을까. 공천위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시간 끌기에 돌입하고, 급기야 ‘스스로 나갈 수 있는 것은 특권이자 애정의 표현’이란 궤변이 등장하도록 유 의원은 그저 잠행했다. 그리고 최후의 시간 고작 1시간여를 앞두고서야 언론에 등장했다. 그가 한 ‘총질’은 딱 한 방이었는데, 그건 미필적 고의로 공천을 미루는 이들을 향한 ‘정당방위’로 봐도 무방한 정도였다.
그 정당방위에 이 위원장은 ‘침을 맞은 모욕감’을 느꼈다고 했다. 정말일까. 각설하고, 보복은 화끈했다. 유 의원이 탈당하자 바로 진박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공천했다. 당내 안팎에서 ‘차라리 무공천하라’고 요구했지만, 확고한 결론을 신속하게 던졌다. 예정돼 있던 의지적 행위였다. 탈당을 유도하고, 예정된 후보를 단수 추천한 결론은 유 의원이 희생양이 아니라 명백하게 희생시켰단 사실을 명토 박는다.
이쯤 되면 이한구 위원장의 말 가운데 그럭저럭 사실에 부합하는 비유는 ‘내무반’밖에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유승민 의원의 탈당을 두고 9개 일간지가 실로 오랜만에 합심해 새누리당의 문제를 질타하는 광경을 연출했다. 새누리당 공천위는 사령관 점호를 앞둔 내무반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애초부터 유 의원을 관심사병으로 찍고 오랜 배제를 통해 나가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현대 정당에선 거의 희미해진 ‘축출’이다. 이에 대해 는 인터넷판에 올린 사설에서 “최고 존엄의 한마디에 로봇처럼 움직이는 조선노동당과 무엇이 다르냐는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라고까지 썼다.(이후 신문에선 이 표현은 빠졌다.)
그래서 어쩌면 이제 유승민 의원의 당락 여부는 정치적 영역을 떠난 사안일지도 모르겠다. 한국 사회를 병리학적으로 들여다봐야하는 순간이다. 집권여당의 150여 국회의원들이 한 사람의 심기 경호를 위해 대놓고 한 명을 따돌렸다. 언론은 이 광경을 흥밋거리로 공공연히 중계했다. 외통수로 결과를 유도하곤, 결과가 나오자 태연하게 거짓말을 한다. 정치가 따돌림이 되고, 통치 역량이 배제에 쓰이는 사회. 이건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되든, 유승민 의원이 당선되든 말든 그 여부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다. 왕따의 스펙터클이 구경거리가 되고, 앙갚음이 공천이라 읽히는 세상에서 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모욕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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