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ref href="mailto:morgen@hani.co.kr">morgen@hani.co.kr">
I. 누군가는 감추고 숨기고, 떠넘기고 모른 체했다. 재빨리 희생양을 만들어내고는 밀실과 장벽 너머로 제 몸을 피하기 바빴다. 누군가는 울고 분노하고, 곡기를 끊고 무작정 걸었다. 함께 상처 입은 사람들을 보듬으며 거리와 광장에 분노를 쏟아냈고 순례하듯 길 위에 뒹굴었다. 그렇게, ‘그날 이후’, 100일은 흘러갔다. 너무도 재빠르게, 너무도 무심하게, 너무도 허무하게.
누가 누군지 이미 누구나 다 안다. 또 다른 편에선 누가 누군지, 역시 누구나 다 안다. 재빠르게, 무심하게, 허무하게 흘러간 100일의 세월은, 우리 사회의 진실을 들춰내기엔 충분했다. 그나저나 어쩌랴. 누군가가 참사의 원흉인 양 서둘러 낙인찍었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놓친 것도, ‘허깨비’를 쫓아다닌 것도 정작 그 누구(와 그 팀원들)였으니. 이렇듯 세월호 참사 100일은 전대미문의 유병언 미스터리라는 때맞춘 기념비적 코미디 작품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 또렷이 새겨질 게다. 애타는 유가족을 향해 ‘가만히 있으라’는 뻔뻔함도, 세월호 사고는 그저 교통사고일 뿐이라는 저열함도 함께.
II. 요즘 기자들은 부쩍 많이 걷고 멀리 뛴다. 누군가가 밀실과 장벽 너머로 제 몸을 숨길 때, 누군가는 거리와 광장을 떠돌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산을 출발해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도보 순례를 떠난 두 아버지를 따라나선 정은주 기자의 발길은, 그사이 정읍과 부안, 고창과 목포를 지나 어느덧 진도 초입에 다다랐다. 장맛비가 며칠째 쏟아지거나, 기력이 쇠한 두 아버지의 체력이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는 한, 며칠 내에 기어이 팽목항에 이를 게다(정은주 기자는 100일째 되는 날, 일행을 잠시 떠나 팽목항을 먼저 다녀왔다). 유병언 미스터리의 흔적을 찾아 전남 순천을 다녀왔고, 세월호 재판을 기록하고 재보선 민심을 살펴보려 광주로도 발길을 옮겼다. 서서히 시즌2를 준비하고 있는 경남 밀양에선 대학생 기자들과 4박5일간 농활을 진행하며 땀방울을 흘리기도 했다. 경북 울진(왕피천과 금강소나무숲)과 제주의 체취도 더했다. 지면 곳곳에 배어 있는, 많이 걷고 멀리 뛴 기자들의 땀방울이 참사 100일의 아픈 기억 속에 허무한 코미디 한 편 지켜본 독자들에게 잠시나마 위안과 휴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1021호 59쪽(7인의 변호사들 ‘100조 떼인 건보, 왜 소송을 안 걸까’)에 실린 자료 사진은 해당 기사의 내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혹시라도 해당 기사로 피해를 입었을지 모를 관련자분이나 독자들에게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정기독자에게 ‘기억 0416’ 스티커를 함께 보내드립니다.</ahref>
I. 누군가는 감추고 숨기고, 떠넘기고 모른 체했다. 재빨리 희생양을 만들어내고는 밀실과 장벽 너머로 제 몸을 피하기 바빴다. 누군가는 울고 분노하고, 곡기를 끊고 무작정 걸었다. 함께 상처 입은 사람들을 보듬으며 거리와 광장에 분노를 쏟아냈고 순례하듯 길 위에 뒹굴었다. 그렇게, ‘그날 이후’, 100일은 흘러갔다. 너무도 재빠르게, 너무도 무심하게, 너무도 허무하게.
누가 누군지 이미 누구나 다 안다. 또 다른 편에선 누가 누군지, 역시 누구나 다 안다. 재빠르게, 무심하게, 허무하게 흘러간 100일의 세월은, 우리 사회의 진실을 들춰내기엔 충분했다. 그나저나 어쩌랴. 누군가가 참사의 원흉인 양 서둘러 낙인찍었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놓친 것도, ‘허깨비’를 쫓아다닌 것도 정작 그 누구(와 그 팀원들)였으니. 이렇듯 세월호 참사 100일은 전대미문의 유병언 미스터리라는 때맞춘 기념비적 코미디 작품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 또렷이 새겨질 게다. 애타는 유가족을 향해 ‘가만히 있으라’는 뻔뻔함도, 세월호 사고는 그저 교통사고일 뿐이라는 저열함도 함께.
II. 요즘 기자들은 부쩍 많이 걷고 멀리 뛴다. 누군가가 밀실과 장벽 너머로 제 몸을 숨길 때, 누군가는 거리와 광장을 떠돌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산을 출발해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도보 순례를 떠난 두 아버지를 따라나선 정은주 기자의 발길은, 그사이 정읍과 부안, 고창과 목포를 지나 어느덧 진도 초입에 다다랐다. 장맛비가 며칠째 쏟아지거나, 기력이 쇠한 두 아버지의 체력이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는 한, 며칠 내에 기어이 팽목항에 이를 게다(정은주 기자는 100일째 되는 날, 일행을 잠시 떠나 팽목항을 먼저 다녀왔다). 유병언 미스터리의 흔적을 찾아 전남 순천을 다녀왔고, 세월호 재판을 기록하고 재보선 민심을 살펴보려 광주로도 발길을 옮겼다. 서서히 시즌2를 준비하고 있는 경남 밀양에선 대학생 기자들과 4박5일간 농활을 진행하며 땀방울을 흘리기도 했다. 경북 울진(왕피천과 금강소나무숲)과 제주의 체취도 더했다. 지면 곳곳에 배어 있는, 많이 걷고 멀리 뛴 기자들의 땀방울이 참사 100일의 아픈 기억 속에 허무한 코미디 한 편 지켜본 독자들에게 잠시나마 위안과 휴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1021호 59쪽(7인의 변호사들 ‘100조 떼인 건보, 왜 소송을 안 걸까’)에 실린 자료 사진은 해당 기사의 내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혹시라도 해당 기사로 피해를 입었을지 모를 관련자분이나 독자들에게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정기독자에게 ‘기억 0416’ 스티커를 함께 보내드립니다.</ah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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