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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둘 중 굳이 꼽으라면…

국정조사에서도 대단했던 이장우·김태흠 의원의 활약… 스타 된 조명철 의원 발언을 거론하며 “탈북자 의원이라 지역감정 익숙하지 못해” 운운한 김 의원이 좀더 갑
등록 2013-08-27 14:28 수정 2020-05-03 04:27

‘너네 둘’의 활약은 대단했다. 970호에서 “보조를 맞춘 ‘너네 둘’의 다음 행보를 기다린다”고 했던 그 ‘너네 둘’이다. 같은 당 조명철 의원은 이들이 부러웠던 걸까? 그런 게 아니고서야 생방송 중인데 “대한민국 경찰이냐, 광주의 경찰이냐”고 물을 리 없지 않은가. 어쨌든 조 의원이 지역감정 조장 발언으로 ‘부각’되면서 ‘너네 둘’의 활약이 묻혀버렸다.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너네 둘’이 보여준 활약은 일일이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여서, 8월14·16·19일에 진행된 특위와 청문회 속기록 일부를 인용한다.

8월19일 국정원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국정원 직원들은 정보요원이라는 신분을 이유로 가림막 뒤에서 답변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사건에 ‘가림막’을 치고 앉아 있다.국회사진기자단

8월19일 국정원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국정원 직원들은 정보요원이라는 신분을 이유로 가림막 뒤에서 답변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사건에 ‘가림막’을 치고 앉아 있다.국회사진기자단

8월14일.

이장우 의원(이하 이) “노무현 대통령 후보 나오라고 하세요. 정정당당하게 이 대선을 불복한다고 차라리 선언을 하세요.” “애당초부터 이 국정조사가 코미디로 시작한 겁니다. 박근혜 정부를 흔들려고 계획되었던, 철저하게 준비된 국정조사입니다.”

8월16일.

“국회가 적어도 막말하면 되지 않지 않습니까? 새누리당 위원들이 막말을 하는 것 봤습니까?”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요즘 잠이 옵니까, 안 옵니까? 정말로 억울하지요? 그렇지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요즘 잠 제대로 주무시나요? 못 자지요? 세상 살면서 가장 힘든 게 억울한 일 당했을 때가 제일 잠이 안 오는 겁니다. 그렇지요? 김용판 증인, 저 같아도 정말 억울할 것 같아요.”

김태흠 의원(이하 김) “민주당 같은 경우는 여야의 국정조사 합의를 ‘어렵게 태어난 옥동자’라고 주장을 하고 그러던데, 저는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생아다’ 이 부분을 갖고 있습니다.”

는 8월17일치 사설에서 ‘너네 둘’의 발언을 인용하며 “새누리당 국조위원인가 변호인인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8월19일에도 이들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종북 얘기할 때 반론하시는 분은 종북세력의 한 분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기남 국조특위 위원장에게) 위원장님, 가는귀 먹으셨나 안 들립니까?” “(김수미 서울청 분석관에게) 김수미 증인과 권은희 과장 중에서 대한민국 경찰로서 중립성과 자존심이 누가 더 있다고 생각을 해요?”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지난 대선시에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랐지요? 밖으로 표현은 못하지만, 공무원의 입장으로서? 지금도 이 나라의 대통령이 문재인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요, 그렇지요?”

의원의 자질, 시민의 상식이라는 면에서 용호상박이다. 그럼에도 누가 더 활약했느냐 콕 짚어보라면 김 의원이 아닐까. 그는 7월2일 국정조사 실시계획서 표결 때 반대표를 던졌고(이 의원은 불참), 바로 다음날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에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으며, 증인 채택 문제로 국정조사가 난항을 겪던 7월 말에는 일본으로 휴가를 떠났다.

이런 배포와 입심으로 국정조사에 임했는데, ‘광주 경찰’ 한마디로 ‘청문회 스타’가 된 조 의원이 부러웠던 걸까. 김 의원은 8월20일 원내대변인 자격으로 국회 정론관 마이크를 잡고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참고로 그는 누리집에 자신의 특기를 ‘힘있으면서 나쁜 사람 혼내주기’라고 적었다.)

“조 의원의 발언 취지는 지난 4월 문희상 전 민주당 대표가 권은희 과장을 ‘광주의 딸’이라고 지칭한 것을 예로 들어 지역감정을 조장하지 말 것과, 권 과장에게는 이런 지역감정에 휘둘리지 말라는 뜻으로 한 것이다. 조 의원은 탈북자 의원이라 지역감정에도 익숙하지 못하다. 민주당은 조 의원을 희생양 삼아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이용하려는 것 아닌지 묻고 싶다.” 지역감정 조장을 매개로 새로운 ‘너네 둘’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보조를 맞춘 ‘너네 둘’의 다음 행보를 기다린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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