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탈당 사유는 여러 가지다. 이런저런 명분을 대지만 목적은 같다고 본다. 정치생명을 연장하거나 확장하려는 거다. 당에서 쫓겨나든, 제 발로 박차고 나가든, 탈당을 통해 ‘앞날’을 도모하려 한다. 의원직을 사퇴하는 게 아닌 한 말이다. 예외인 것은 국회의장의 탈당 정도다.
19대 국회에는 유난히 초반 탈당이 많은 것 같다. 총선을 치른 지 1년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탈당 의원이 7명(강창희 국회의장 포함)에 이른다. 탈당과 다름없는 제명을 포함하면 11명이다.
첫 번째 유형은 출당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탈당이다. 총선 일주일 만인 2012년 4월18일 제수씨 성폭행 의혹으로 김형태 새누리당 의원이 탈당했다. 이틀 뒤 논문 표절 판정을 받은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도 탈당했다. 떠밀려나온 이들은 의원직 사퇴를 거부하며 무소속으로 정치생명을 연명하고 있다.
‘집단 탈당’도 있었다. 총선 비례대표 경선 부정 파문으로 내분을 겪던 통합진보당에서 9월13일 심상정·노회찬·강동원 등 지역구 의원 3명이 탈당했다.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 비례대표 4명은 ‘셀프 제명’으로 이에 동참했고, 이들은 진보정의당이라는 새 당적을 갖게 됐다.
스스로 당을 떠나 무소속이 된 경우도 있다. 2012년 대선을 앞둔 10월9일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이 탈당해 안철수 무소속 후보 캠프로 갔다. 당을 떠나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낡은 정치 세력에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불과 6개월 전 경기 의왕·과천에서 전략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그리고 지난 5월2일 강동원 진보정의당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했다. 통합진보당 탈당에 이은 두 번째 탈당이다.
“지역구인 전북 남원·순창에 진보정의당 당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달랑 저 혼자뿐이다. 친분이 두터운 분들조차 입당 권유를 외면한다. 지역 민심은 사람 보고 뽑았지 당을 보고 뽑은 게 아니다, 탈당하라는 거다.”
왜 진보정당에 참여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강 의원은 국민참여당계로 통합진보당 창당에 참여해 총선 때 3선인 이강래 민주당 의원을 눌렀다. 그는 총선 출마 선언 때 “남원·순창 지역의 노동자와 농민, 깨어 있는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진정한 진보정당, 새로운 진보정치, 유능한 진보정치인의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당 기자회견에서는 진보정치 실패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특히 남원·순창은 민주당 판이고, 매우 보수적인 지역이어서 진보로 활동하는 데 여러 거부감이 있었다”는 환경 탓만 했다. 진보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2016년 총선에서 진보정의당 간판으로 당선되기 어려워 보이니 떠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스스로 탈당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소속이 된다면 의정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명분을 만들기 나름이지만, 당적을 바꿨다가는 ‘철새’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탈당을 감행하는 건 결국 정치적 부담보다는 이득이 더 클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탈당과 입당, 복당 등을 밥 먹듯 하면서도 의원직을 계속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송호창 의원은 안철수 의원의 공개 행보에서 늘 옆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회 ‘선배’로서 돕는 것인지,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것인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강동원 의원의 탈당은 위기에 처한 진보정의당을 뛰쳐나갔다는 점이 아니라, 호남 지역구 의원으로서 ‘안철수 신당’으로 갈 가능성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강 의원의 말처럼 “일단 무소속으로 활동하고 진행 상황을 주시”하면서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 양쪽을 저울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새정치’와 ‘진보정치’를 표방하고 있거나 표방했던 이들의 행보로는 민망하지 않은가.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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