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불교 ‘신전’ 앞에서 개가 잠을 자고 있다. 살생을 금한 불교가 삶의 전반에 파고든 타이에서는 개나 동물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연간 20만 마리의 개가 온갖 학대 속에 베트남 시장으로 불법 밀수출되거나, 통계가 뒷받침하는 ‘보호받지 못한’ 개의 삶이 또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이유경
국가정보원 관련 국회 국정조사 첫날이던 7월2일
오전 11시께 국회 220호실.
“너네 둘이 왜 그러니!”
저잣거리가 아닌 국회에서, 아이들끼리가 아닌 국회의원들끼리, 하찮은 일이 아닌 여야 모두 ‘국기 문란’이라는 사건을 다루는 자리에서 나올 법한 말은 분명 아니었다. 발언의 주인공인 박범계(50) 민주당 의원은 헛웃음을 짓고 있었다.
‘너네 둘’은 새누리당의 김태흠(50)·이장우(48) 의원을 가리킨 말이었다. 이장우 의원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예요!”라며 고성을 내질렀다. ‘너네 둘’은 곧 퇴장을 선언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조명철(54) 의원까지 모두 세 사람이 떠난 뒤에야 국정조사특별위원회(특위)는 회의를 간신히 시작했다.
‘너네 둘’의 주장인즉, 위원에 선임된 김현(48)·진선미(46) 민주당 의원은 관련 사건 피고발인이므로 특위에 들어올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사건의 고발인은 새누리당이다. 지난해 12월11일 민주당 쪽은 국정원 직원 김요원(당시 28살·가명)씨의 ‘댓글 공작’ 장소인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 앞을 2박3일 동안 지키며 컴퓨터 제출 등을 요구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감금’ 등의 혐의로 김·진 의원 등 의원·당직자 11명을 고발했다.
‘너네 둘’은 완강했다. 10시에 시작하기로 했던 특위가 1시간 미뤄진 것부터 두 사람 탓이었다. 회의 시작을 위해 위원장 선임을 의제에 올리려 하자, 김태흠 의원이 “잠깐만요, 잠깐만요”라며 제지했다. ‘일단 위원장부터 선임하자’고 하자 “그게 무슨 얘기야, 지금!”이라며 버럭 화를 냈다. 권성동 의원이 “위원장 선임하고…”라며 만류했으나, 김 의원은 “아니, 안 된다니까!”라며 같은 당 간사인 권 의원의 발언도 막아버렸다. 이장우 의원은 “국정조사를 하자는 거예요, 말자는 거예요, 이게 지금!”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권성동 의원의 요청으로 일시 중단된 회의는 1시간 뒤 속개됐지만, 끝내 ‘너네 둘’은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너네 둘’은 둘 다 19대 국회 초선 의원으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다. 충남 보령·서천(김태흠)과 대전 동구(이장우) 지역을 대표해 충청권의 각종 현안도 보조를 맞춘다. 이번 국정원 특위뿐 아니라 지난봄 ‘통합진보당 정당해산론’에서처럼 정치 현안에서도 입을 맞췄다. 당시 김태흠 의원은 “(통합)진보당의 종북 행태가 당장 중단되지 않으면 국회는 정부에 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요청해야 한다”(3월22일)고 했고, 이장우 의원은 “주체사상이나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이 제도권 안에서 국회의원이 되고 정당을 설립했다면 정당을 해산시켜야 하나, 안 해야 하나?”(4월8일)라고 했다. ‘너네 둘’의 인연은 김종필의 충청권 지역 정당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시절로 올라간다. 김태흠 의원은 김용환 전 의원, 이장우 의원은 이양희 전 의원의 보좌진 출신으로, 같은 시기 ‘국회 밥’을 먹었다. 각각 ‘영감’의 지역구를 승계한 것도 같다.
지난 3월 기자 몇 명과 더불어 ‘너네 둘’과 점심을 먹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장우 의원이 “저녁을 모셔야 하는데 죄송하다”며 봉투 하나를 꺼내 한 기자에게 건넸다. “호텔식사권은 가족끼리 외식하는 데 쓰시고, 문화상품권은 책 사서 보시라. 함께 넣었으니 나눠가지시라”고 했다. 옆에서 김태흠 의원도 껄껄 웃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끝낸 뒤 자리가 파할 무렵, 한 기자가 “챙겨주신 마음은 감사하지만 정중히 사양하겠다”며 봉투 얘기를 꺼냈다. 다른 기자들도 동감을 표했다. 몇 차례 실랑이 끝에 이 의원은 봉투를 돌려받아 안주머니에 넣었다. 김태흠 의원은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말라고”라며, 영 못마땅한 표정으로 눈을 부라렸다. 보조를 맞춘 ‘너네 둘’의 다음 행보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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