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3호 부글부글
나는 죽이지 않았다. 나는 죽이지 않았다. (952호) 표지를 장식했던 허위 자백의 세계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은 살인’이 펼쳐진다. 안 죽였는데 내가 죽였다고 불어야 하는 고통은, 사실 당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이 경우는 어떤가. 독자 배심원들이 판단해보시길.
“○○○은 4대강 죽이는 데 기여한 바 없어 사실과 다르므로 (기사에서 이름) 삭제를 요청합니다.” 전자우편 내용은 이렇게 이어졌다. “1주일 내에 삭제하지 않을 경우 지연 사유를 이메일로 통보해주시기 바랍니다. 또 언론중재위원회 또는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기사에 대한 책임자의 필요한 인적사항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4대강을 죽이지 않았다는 주장은 다시 한번 반복됐다. “‘4대강 죽이기 인명사전’ 기사에 제 이름이 기술되어 있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고 사료되어 삭제를 요청합니다.”
947호는 표지 기사로 ‘4대강 죽이기 170명 인명사전’을 실었다. 감사원에서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이라는 감사 결과를 내놓은 뒤였다. 4대강 사업에 숟가락을 얹었거나 책임이 있는 정치인·공직자·교수·학자·전문가들의 발언과 행적을 뒤져 인명사전을 만들었다. 4대강 사업 총체적 부실의 책임자들을 기사로 썼더니, 법적 조처까지 거론하며 그 기사를 쓴 책임자를 알려달란다. ‘4대강을 죽이는 데 기여한 바 없다’는 ○○○은 교수였다. 죽이지 않았다는 말만 있지 근거는 없었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본인은 수질전문가라고 했다. 비슷한 말이 반복된 탓에 일부 대화만 정리했다.
어떤 이유로 삭제를 해달라는 것인지.
4대강을 의도적으로, 고의성을 가지고 죽이려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적정하지 않다. 죽이기 사업인지, 살리기 사업인지에 대한 합리적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 죽이기 사업으로 단정적으로 가는 것도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4대강 살리기는 고유명사(정부 사업명칭) 아닌가.
전문가로서 건설적인 제안을 한 것으로 판단한다. 4대강 사업이 (수량·가뭄 등) 이런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것에는 명확한 소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4대강을 죽이는 데 기여했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전문가로서의 입장을 얘기한 것인데 전문가 입을 언론이 막아서는 안 된다.(속으로 생각했다. ‘4대강 사업 찬동 발언은 MB가 있을 동안 할 만큼 하지 않았나.’)
4대강 사업의 큰 스승인 MB에게 제자가 물었다. 대저 강이란 무엇입니까. MB가 답한다. 강은 삽 속에 있는 것이다. 제자가 다시 묻는다. 그럼 삽질을 어떻게 합니까. MB가 답한다. 강을 보랬더니 삽을 보는구나. 제자는 답답하다. 뜻이 어려워 닿지 못하겠습니다. MB가 썩은 강물에 삽자루를 씻으며 말한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문다. 살강살강(殺江殺江), 강을 만나면 강을 죽이고, 다시 강을 만나면 또 죽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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