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맞는 채널인가?
946호 크로스트윗 1
“지금까지의 조선의 현상은 ‘아카데미즘’은 ‘아카데미즘’대로 ‘쩌너리즘’은 ‘쩌너리즘’대로, 마치 두 사람의 상관없는 이방인처럼 너무나 몰교섭적인 버러진 두 길을 거러왔던 것만 같 다. 하지만은 이래서 옳은가? 이래서도 좋은 가? 두 개의 호(弧)는 기회를 다투어 서로가 되도록은 덥쳐야 하며 덥치는 가운데서 서로 가 실상은 보담 풍성해지는 것이며 보담 미 덤직한 성과가 기약될 것이 아닐까?” 최근의 ‘국민방송’ 논의를 접하며, 태백산에서 삶을 마감한 경성제대 출신 저널리스트 빨치산 박 치우의 사유를 다시 펼쳐보게 된다.
무력화된 공영방송을 대신하고 ‘종편’의 대 항마로 맞서기 위한, 대선 패배 뒤, 일각의, 좀더 공정한 ‘국민방송’ 설립 제안이 있다. 이 해할 만한 발상이다. 당사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래도 책임 있게 질의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적절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인가? 진보적으로 의미 있고, 실천적으로 유효한 움직임인가? 설립 가능성 여부를 떠나, 그 가 치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이다. 이론적 으로나 현실적으로 옛것이 된 방송 모델에의 복고풍 향수. 박치우의 실천적 사유에도 한 참 뒤진, 명백히 낡은 그림처럼 보인다.
물론 내용과 진행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하겠다. 그렇지만 문제는 제출된 개념에서 이미 근원적으로 비롯된다. 방송? 기술 진 화가 ‘방송’을 후지게 만든 지 오래다. 케이블 진출? ‘국민’이라는 불량한 언어의 부착 또 한 의심스럽다. 대중이 곧 지식인이고 인·민 이 바로 언론인인 시대다. 그런 새로운 경향 으로서 기존의 제도화된 방송에 대항하고, 권력화한 매체를 분열시켜왔다. 나 는 물론이고, 여러 분열적 텔레비전과 자율적 저널리스트들이 이 중대 현실을 만들어왔다. ‘국민’을 앞세운 ‘방송’의 설립은 이런 흐름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박치우가 넘어서고자 한 인위적 분 리의 ‘호’를 다시 그리려는 시도로 보인다. ‘국 민방송’을 갖고 뭘 더 잘 말할 수 있을까? 설 혹 의도치 않았더라도, 제도화의 틀은 결국 언어와 사유의 구속 효과를 초래하지 않을 까? 누구나 할 말이 있고 약간의 장치만 갖 춘다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바로 지금 의 탈형식적, 대중적 저널리즘 운동을 ‘국민 방송’으로서 과연 강화해낼 수 있을까? 아무 나 저렴하게 만들고 자유로이 배포하며 재미 나게 접할 수 있는, 다성적 저널리즘 콘텐츠 채널들의 진화. 더욱더 정파적인 매체로의 분산 배치.
전체주의에 맞선 자들이 남긴 교훈, 국내 외 교전의 역사에서 발굴하게 되는 메시지 도 그런 것이었다. 1970년대 이탈리아 자유 라디오와 뉴욕 점령지, 그리고 한국의 인터 넷 광장에서 확인되는 대중교통의 모델이다. 파시즘의 부상을 목도하며 스스로 저널리스 트가 된 발터 베냐민도 같은 생각이었다. 괜 히 젠체하지 말고 사회에 효력을 끼치기에 걸맞은 채널을 고안하라. 기민하게 플래카드 를 내걸고 싸구려 전단지를 뿌리라. 정파적 이지 않을 저널리즘은 당장 접어라. 그렇게 유격전을 펼치라는 교훈이, 다가올 냉전의 시간에 대비해 비판 저널리즘의 무기를 점검 할 우리에게 묵직하게 다가온다. 차분한 반 성과 준비가 필요하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현재 국민방송 추진은 김용민씨 등이 주도하는 흐름과 제작진을 중심으로 한 흐름, 두 가지가 있다. 지난해 3월 김용민씨가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고소 건으로 조사를 받으러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는 모습. 한겨레 이정아 기자
그럼에도 기대 거는 이유
946호 크로스트윗 2
미리 밝힌다. 나는 현재 제기되는 ‘국민방 송운동’의 어떤 흐름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운동을 주도하는 몇몇 인사에 대해서는 특 히 비판적이다. 그럼에도 이 흐름에서 건져 내야 할 어떤 긍정적 요소가 있음을 지적하 고 싶다.
방송과 언론은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 이는 두 가지 특징을 함께 갖고 있다. 첫째 는 관점의 존재다. 모든 ‘보도’에는 ‘관점’이 수반된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언론은 정파 적이다. 둘째는 공공재로서의 성격이다. 언 론은 담론을 형성하는 공적 기능을 수행한 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은 늘 공정성을 지 키도록 요구받는다.
국민방송운동을 주도하는 몇몇 인사는 전자의 측면에서 기존 언론과는 다른 관점 의 방송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굳이 노골적인 말로 표현하자면 ‘우리 편 방송’이 필요하다는 얘기랑 비슷하다. 논리는 이렇 다. 보수세력이 장악한 방송이 공정하게 기 능하지 않아서 민주세력이 선거에서 패배했 으니 이제 민주세력이 다시 선거에서 이기 려면 국민이 직접 스스로 공정한 방송을 만 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즉, ‘공정성’ 훼손을 ‘정파성’으로 극복해보자는 얘기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각각의 정파성을 주장하는 더 많은 언론과 이를 비판적 관점에서 다루는 세태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파성과 공정성은 언론이 필 연적으로 동시에 가질 수밖에 없는 요소다. 두 요소가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다 양한 관점과 이들에 대한 엄밀한 비판이 공 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출범할 때 우리가 비판적 태도를 가졌던 것은 종편이 특정한 관점을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 미 거대한 권력을 가진 것이나 다름없는 대 형 언론사들이 방송마저 장악하는 것이 언 론 전체에서 관점의 다양성을 침해하리라는 점 때문이었다. 이 점을 다시 떠올리면 국민 방송운동이 가야 할 방향이 명확해진다.
의 활약은 기존 언론 시스 템에 의지하지 않는 ‘대안언론’이 충분히 영 향력 있는 존재로 활약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었다. 지금도 팟캐스트를 이용 한 여러 방송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대안언론들의 제작을 지원하고, 이 들을 서로 엮어 비판적 기능을 수행하게 하 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제기되는 국민방송 운동이 이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면 세 계 언론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될 수 있 을 것이다.
나 자신도 개인적인 팟캐스트 방송을 진 행하고 있다. 어릴 때 본 (Pump Up The Volume)라는 영화에 자극 받아서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 목소 리를 내며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는 자부 심을 갖는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해적방송 이 필요하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조갑제 “윤석열 ‘아내 없어 집 안 가’ 진술, 유일하게 진정성 느껴져”

“계엄 뒤 축출된 한국 대통령은?”…보기에 야생돼지, 윤석열 함께 제시
![[속보] 이 대통령, ‘보수 진영’ 이혜훈 첫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 [속보] 이 대통령, ‘보수 진영’ 이혜훈 첫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28/53_17669003477964_20251228501221.jpg)
[속보] 이 대통령, ‘보수 진영’ 이혜훈 첫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

쿠팡 김범석, 연석 청문회도 ‘불참’ 통보…최민희 “양해 불가”

“구속 만기 돼도 집에 안 갈 테니”…윤석열, 최후진술서 1시간 읍소
![윤석열,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여기면 [아침햇발] 윤석열,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여기면 [아침햇발]](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28/53_17668955612172_20251228500976.jpg)
윤석열,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여기면 [아침햇발]

쿠팡 김범석, 한달 만에 사과…“초기 대응 미흡, 소통 부족”

“비행기서 빈대에 물렸다” 따지니 승무원 “쉿”…델타·KLM에 20만불 소송

‘한동훈과 연대설’ 선그은 장동혁 “당내 인사와 무슨 의미 있겠나”

‘다시 청와대 시대’ D-1…경호처 “절대안전 위한 종합점검 완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