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아하하하하하!” </u>시트콤이나 오락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는 ‘웃음 효과음’이다. 웃음은 전염성이 강하다. 나도 모르게 피식 따라 웃는다. 에라, 별로 즐거운 일도 없는 세상에 이렇게라도 한번 웃으면 됐지. 다 같이 웃고 삽시다. “아하하하하하!”
<u> 리모컨을 쥐고 채널을 돌리다가</u> 어떤 공익 광고를 발견했다. 희미하게 남아 있던 웃음기가 싹 달아났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산업재해 예방 캠페인이랍시고 내놓은 광고 내용은 이렇다. 더운 날씨에 안전모 끈을 풀어놓은 노동자가 발을 헛디뎌 추락한다. 화면에는 수박이 깨져 산산조각 나는 장면이 이어진다. 효과음도 곁들인다. “아하하하하하!” 다른 노동자는 휴대전화로 통화하다 롤러 사이에 옷이 끼었다. 롤러 반대편에서는 마른 오징어 한 마리가 튀어나온다. 또다시 “아하하하하하!” 헬멧 없이 오토바이를 몰던 ‘철가방 청년’이 사고를 당했다. 자동차 바퀴에 눌린 토마토케첩에서 시뻘건 내용물이 뿌지직 튀어나온다. 마지막으로 “아하하하하하!” 지난해 산재 사망자가 2114명이란다. 광고는 “한 해 2114명의 실제 상황… 아직도 웃을 수 있습니까?”라는 문구로 끝난다.
<u> 잠시 잊고 있었나 보다.</u> 너희는 원래 그런 수준의 인간들이었다. 산재를 단지 노동자의 부주의와 산만함 탓으로 돌리는 태도는 어제오늘의 일도 아닐 것이다. 아무리 말해봐도 바뀐 적이 없으니까. 좋다. 그렇다 치자. 진보고 보수고 다 떠나서 생각해보자. 누군가의 죽음을 경쾌한 음악과 발랄한 효과음으로 희화화하는 건 무지하다 못해 짐승만도 못한 행태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배운 게 유치원 시절이던가, 초등학교 시절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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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 아무리 공감 능력이 떨어져도,</u> 유년기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더라도, 십장 출신 대통령이 온 국민을 ‘노무관리’하는 세상에 살더라도 이건 정말 아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부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고, 한국안전보건공단 백헌기 이사장은 무려 한국노총 출신이다. 두 사람이 업무차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했다고 가정해보자. 본질적으로는 산재다. 한 명은 폭발로 불에 타죽고, 다른 한 명은 절반만 타고 살아남았다고 치자. 이런 가정, 기분 나빠 하지 마라. 당신들이 만든 광고의 콘셉트가 그러니까. 다음 장면은 서울 공덕로터리 한 대폿집이다. “아줌마, 돼지갈비가 탔어요!” “아하하하하하!” 이런 짓거리는 하면 안 된다는 거다.
<u> 하기야 당신들의 ‘십장’이자 ‘사장님’인</u> 대통령도 앞뒤 못 가리고 아무 때나 웃는 양반이다. 서울시장 시절 5·18 묘역에서 목젖을 드러내고 파안대소를 날린 장면은 지금 봐도 충격이다. 분향하며 사용했을 하얀 장갑을 두 손에 꼭 쥔 채였다. 당신들이 스스로를 성찰하기를, 자신의 인생과 인격을 되돌아보기를, 스스로 바뀌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노동관이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역사관이나 개찐도찐이다. 한 사람은 대통령이고, 다른 한 사람은 여전히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다. 마음 놓고 웃을 수도 없는 세상이란 이야기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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