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이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자, 그녀는 “국민의 삶을 챙길 일도 많은데 계속 역사 논쟁을 하느냐”고 말했다. 이런 단편적 수사에 공감하는 국민도 적지 않은 안타까운 현실에서 그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종류 논쟁 주로 벌인 것이 누군가
우선 이런 종류의 논쟁을 주로 벌여온 것은 새누리당 쪽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온 사람들에게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인 뒤, 인신 구속을 하고 심지어 사법살인도 자행한 것은 새누리당의 토대가 된 정치세력들이다. 어이없는 이유를 대며 사상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온 사람들이 어느 세력에 속해 있는지 잊었는가. 민주적 절차를 저버렸다는 이유로 비판받는 통합진보당의 구당권파지만, 그들을 국가관을 이유로 국회에서 제명해야 한다는 발언은 누가 한 것인가.
게다가 이번 논쟁은 그쪽에서 불씨를 제공한 것이다. 헌정을 유린한 하나회 출신 강창희 의원의 국회의장 내정과 관련해, 그런 반의회적이고 반헌법적인 인사를 기용하는 이유를 묻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당을 이끌어가는 박근혜 의원에게 그녀의 정치적 자산이 된 부친의 헌정 유린 행위에 대한 입장을 묻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 질문에 대해 그녀가 상식에 부합하는 답변을 했다면 부친의 잘못을 이유로 딸을 비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박근혜 의원은 쿠데타를 옹호했다.
박근혜 의원이 대통령이 되면 헌법 제69조에 따라 ‘헌법을 준수할 것’을 국민 앞에 선서해야 한다. 헌법의 핵심이 제1조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구절임은 누구나 알 것이다. 군사 반란 행위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무력을 사적으로 행사해 주권을 찬탈하는 최악의 반헌법적 행위다. 그러한 행위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박근혜 의원은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선서를 할 수 없거나 해도 자칫 거짓 선서를 하게 된다. 물론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당시에는 불가피했다’는 논변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언어도단이다. 당시에도 최고 규범인 헌법은 있었고, 그 당시에 파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파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박근혜 의원이 “국민의 삶을 챙길 일도 많은데 역사 논쟁을 하느냐”고 ‘민생 우선’의 논법을 동원한 것에 대해서는 길게 말할 것이 없다. 국회의원으로서 그녀가 입법을 주도한 민생 법안이 거의 없다는 것, 새누리당의 가장 유력한 정치인으로서 MB 정부의 민생 파탄 행위에 공조하거나 묵인했다는 점만 지적하면 된다.
권력 위해 헌법 파괴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사실 헌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주된 관심은 개인적 출세와 권력의 쟁취이며, 그것을 위해 정치의식이 부족한 국민을 주된 지지세력으로 삼는다. 그런 의미에서 5·16에 대한 박근혜 의원의 평가는 권력의 쟁취를 위해 헌법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한 것이며, 그 솔직함은 높이 살 수 있다. 그것이 그녀가 MB와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문제는 그것이 더 공포스럽다는 점이다.
조광희 변호사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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