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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아나바다 인사 정책의 오점?!

등록 2011-01-19 11:20 수정 2020-05-03 04:26
MB 아나바다 인사 정책의 오점?!. 한겨레 김명진

MB 아나바다 인사 정책의 오점?!. 한겨레 김명진

감사원장 후보자가 끝내 물러났다. 그는 “청문 절차까지 봉쇄한 것은 살아 있는 법을 정치로 봉쇄한 것”이라며 나라의 법치주의까지 걱정하면서 자리를 떠났다. 야당은 이번 인사를 두고 청와대가 “감사원을 장악해서 사정기관을 싹쓸이하려는 시도”였다며 대통령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물러난 후보자나 야당이나 모두 하나는 알고 둘은 몰랐다. 걱정해야 할 것은 법치주의도, 사정기관 장악도 아니었다. 청와대의 심중을 헤아리지 못하니 말이 서로 겉돌았던 거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집권 초기부터 남몰래 벌여온 캠페인을 독점 공개하겠다. 놀라지 마시라. 대통령께서는 지난 3년 동안 알뜰살뜰한 ‘아나바다’ 운동을 몸소 실천해왔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는, 친환경적인 인사 정책을 폈던 거다.

지난 3년 사이 청와대가 3번 이상 아껴쓰고, 바꿔쓰고, 다시 쓴 인사들은 수두룩하다.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보는 대통령직 인수위원에서 기획재정부 장관,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을 거쳤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도 기획재정부 차관, 필리핀 대사, 청와대 경제수석 자리를 바꿔가며 앉아봤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등등도 모두 해당되겠다. 감사원장 후보도 이번이 세 번째 자리였다. 보통 3년에 3번꼴이다. ‘3+2=5.’ 대통령의 머리 속에는 이런 등식이 둥둥 떠다닐 거다. 앞으로 2년 남았으니까, 인사들을 5번까지 돌려 쓴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이번 감사원장 후보 사퇴로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맛있는 뉴스’는 못내 걱정된다.

‘로펌’이 법률회사인 줄 알았다. ‘로’(law)하는 ‘펌’(firm)이니 ‘법 회사’쯤으로 해석한 게 잘못이었다. 알고 보니 법조인을 위한 고품격 사회복지 시설이었다. 주로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유지한” 검찰 출신 인사들이나, “전관예우가 싫어서 퇴임지에서 개인 변호사로 개업하지 않는” 양심적인 판사 출신 인사들에게 일자리와 복지급여를 제공하는 곳이었다. 복지급여 수준도 6개월에 6억5천만원이나 4개월012에 4억원을 넘는 정도다. “서민 입장에서 보면 많은 돈”이다. 세계 최상급의 복지 서비스 되겠다. 일을 굳이 할 필요도 없었다. 아니, 일을 하지 않아야 급여를 받을 수 있으니, 바로 복지급여가 맞겠다. 그러니까, 급여 혜택자가 ‘대통령직 인수위’ 같은 곳에 들어가 더 이상 로펌에서 일을 못하게 되면, 복지급여가 두 배 이상 오르게 된다. 그러니까, 이제 헷갈리지 않게 ‘복지사무소’ 정도로 이름을 바꾸자.

시장께서 정치 생명을 거셨다. 서울시장께서는 무상급식을 막기 위한 주민투표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말씀하셨다. 정치인은 어디에 정치 생명을 거는지 궁금했다. 한 포털에 “정치 생명을 걸”까지만 열쇳말로 놓고 검색해봤다. 딱 다섯 개 걸렸다.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대통령이 침체된 경제에 정치 생명을 걸라”고 주문했다. 2006년에는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양극화와 지역주의 타파에 정치적 생명을 걸었다. 2008년에는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신을 위해서는 정치적 생명을 걸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소신이 뭔지는 기사에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는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각각 인물 중심 공천과 전당대회의 공정성에 생명을 걸었다. 우리 시장님은 초·중등학교 아이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데 ‘생명’을 거셨다. 서울시내 초등학생과 중학생들만 피곤하게 생겼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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