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윤리문화학과 학생들이 최근 학교에 기부한 돈이다. 동국대는 취업률과 입학경쟁률에 따라 해마다 학과 규모를 조정했다. 처음 30명이던 윤리문화학과는 계속 규모가 줄어 내년 신입생 정원이 15명이다. 이에 대한 ‘답례’로 학생들은 ‘학교 발전’을 위해 돈을 모았다. 사흘 동안 10원짜리 동전을 무려 42개나 모았다. 학생들은 학교에 붙인 대자보에서 “학생들이 십시일반 정성으로 모은 돈을 (총장님이)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기부자 명단에 윤리문화학과 이름이 들어가면 매우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멋지다. 감동은 참여를 낳는다. ‘맛있는 뉴스’도 동참하겠다. 주머니를 뒤지니 마침 150원이 있다. 그래도 돈 버는 사람이다. 이 정도는 내겠다. 동국대도 지나치게 감동 받지는 말기 바란다. 기부자 명단에 동국대 윤리문화학과 학생들과 함께 ‘맛있는 뉴스’ 이름만 새겨주길 바란다.
900원이다.교통카드를 사용할 때 서울 지역 지하철 기본 운임이다. 일회용 카드를 사면 100원 더 붙어 1천원이다. 65살 이상 노인에게는 무료다. 이를 두고 김황식 국무총리가 한 말이 입길에 올랐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왜 65세 이상이라고 지하철도 적자면서 무조건 표를 공짜로 줘야 하느냐”고 말했다. 부유층 노인에게 복지 혜택을 줄 필요가 없다는 말이었다. 야당과 노인단체들이 들고일어섰다. “65세 노인의 쌈짓돈을 빼앗아가겠다는 말”이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총리의 말을 좋게 해석할 수도 있겠다. 말하자면, 부자에게 갈 몫으로 가난한 쪽에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진정한 목민관의 태도다. 그런데 여전히 궁금한 점은 있다. 이번 정권 들어 ‘부자 감세’로 정부 세입은 어마어마하게 줄었다. 추산치는 1년에 20조원을 넘는다. 뒤집어보면 정부가 빈곤층을 빼고 부유층에만 주는 ‘선물’이 해마다 20조원이었다는 얘기다. 부자에게 가는 900원에 까칠하신 분이 왜 20조원에는 너그러울까. 총리님의 명석한 두뇌에 하자가 생긴 게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 아니라면 지하철 개찰구에 서 계실 분이 잘못 오신 게다.
1조원이다.태광그룹 사주 일가가 조성한 비자금은 이 정도까지 짐작된다. 10월21일에는 또 하나의 대기업인 C&그룹 회장도 체포됐다. C&그룹도 매출이 1조8천억원에 이른다. 회장님이 만약 챙겼다면 그 액수도 천문학적일 수 있겠다. 다른 대기업들도 줄줄이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번에는 검찰의 눈빛이 남다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으로 헛발질을 했고, ‘스폰서 검사’ 때문에 망신당했던 검찰이다. 이번만은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그렇게 믿고 싶다. 검찰의 단호한 모습은 청와대의 ‘공정사회론’에도 맞는다. 그런데 매 맞는 태광이나 C&도 공정하다고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지난 9월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2천억원대 회삿돈을 줘 배임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의 눈빛은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가 보다. 아니면 태광이나 C&그룹 건도 삼성처럼 용두사미가 되거나. 적어도 이 경우 삼성과 차별은 없게 되니 ‘공정함’이라고 하려나.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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