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여대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물의를 일으킨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본인의 결백함을 주장하고 있다. 한겨레 탁기형 기자
재밌다. 정말 재밌다. 요즘처럼 정치판이 재밌던 적이 있던가. 정두언의 눈물, 안상수·홍준표의 이전투구, 조전혁의 돼지저금통…! 정신을 차릴 수 없다. 간만에 정치부 기자들 키보드에 불나게 생겼다. 여기에 ‘용의 눈’을 그려넣은 사건이 하나 더 터졌다.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 사건이 그것이다. 누리꾼들은 이 사건을 ‘주둥이 게이트’라고 명명했다.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의 기사를 보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초반부에 나오는 건달들의 시시껄렁한 음담패설이 연상될 정도다.
“(패널은) 못생긴 애 둘, 예쁜 애 하나로 이뤄진 구성이 최고다” “(아나운서 지망 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할 수 있겠냐”
남자 고등학교 동창들 사이에서 소주 각 2병씩 마시고 나올 만한 ‘걸쭉한 음담’을 토론회를 마치고 나온 대학생들과의 뒤풀이 장소에서 과시했다는 거다. 그것도 ‘엄친아’급 경력을 가진 최고 엘리트가. 사회가 발칵 뒤집혀질 만했다. 흘러간 유행가 조규만의 가 갑자기 누리꾼 사이에서 회자되더니, 박근혜·나경원 의원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성희롱 발언 의혹도 터져나왔다. 너무나 어이없어서일까. 한 트위터 사용자는 “문화방송 예능 프로 ‘뜨거운 형제’에 나오는 ‘아바타 소개팅’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파장이 커지자, 한나라당 윤리위는 서둘러 강 의원에 대해 제명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하필 기자회견장에 나온 사람이 주성영 의원이었다. 진중권은 자신의 트위터(@unheim)를 통해 “대구의 밤문화가 성희롱을 단죄하는군요. 정의의 승리입니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또 다른 트위터 사용자의 예리한 분석도 눈에 띄었다. “‘가카’와 ‘날당’은 강 의원에게 포상을 줘야 한다. ‘강열사’ 아님 누가 영포회를 눌렀겠는가.”
이정국 기자 한겨레 오피니언넷부문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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