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부글부글] ‘극우종’의 거두

등록 2010-03-30 14:06 수정 2020-05-03 04:26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한겨레 김진수 기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한겨레 김진수 기자

평소 좌파 척결이라는 화두를 몸소 실천하기 위해 용맹정진했던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좌파 주지’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다. 안 원내대표는 누구인가. 평소 ‘좌파’ 골려먹기를 심심풀이 짜파게티 삶아먹는 것쯤으로 아는 이분은 서울 강남 봉은사 주지스님 이름 앞에 ‘좌파’라는 딱지를 붙여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의 소유자이시다. 이분에게 찍혀 ‘좌파’로 몰린 사람을 여럿 봤으니, 절륜한 경지에 오른 이분의 필살기법은 ‘상수의 법칙’이란 이름으로 공식화되기도 했다. 반대 세력을 늘 좌파로 몰아붙일 수 있도록 고안된 ‘상수의 법칙’은 ‘반대 세력×상수=좌파’의 공식으로 풀이되며,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쓴소리를 쏟아낸 사람은 어김없이 ‘안상수’라는 ‘상수’를 만나 ‘좌파’로 낙인찍혔다. 일단 ‘좌파’ 도장이 찍히면 그때부터 일개 ‘좌파’는 국민행동본부와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소속의 숱한 어버이들께 지속적으로 스토킹을 당하시니, 그 괴로움이 심히 컸다.

이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정체를 말할 차례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나라당 제6정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구식 의원의 최근 라디오 인터뷰를 찬찬히 들어보면 답이 나온다. 최 의원은 안 원내대표를 옹호하다가 ‘식사 중 발언’이라는 표현을 쓰고 말았다. 언론들은 당연히 “안상수 ‘외압’ 발언, 식사 중 농담?” 등의 제목으로 최 의원의 발언을 소개했다. 제목을 통해 본다면 안상수 원내대표의 법명은 ‘식사 중’의 ‘식사’, 즉 ‘식사 스님’이다. 최 의원은 안 원내대표의 발언을 식사 스님의 농담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그렇다면 식사 스님이 봉은사 명진 스님을 겨냥해 좌파 운운한 까닭은 뭘까. 그 이유는 식사 스님이 ‘좌파 척결’ 기치로 뭉친 종파 ‘극우종’의 거두이며, 여의도에서 불법 실천에 앞장서는 유일한 사찰 ‘한나라당사’의 넘버2 자리를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될 수 있다. 물론 부글부글의 결론은 언제나 ‘아니면 말고’다.

한국 검찰은 ‘○치는 일’이 없다. ○의 가운데가 ‘뻥’ 뚫려 있다고 ‘한국 검찰은 뻥치는 일이 없다’, 이렇게 읽으면 안 된다. ○의 ○은 ‘뻥’이 아니라 말 그대로 ‘공’이다. 즉, 검찰은 ‘공치는 일’이 없다는 말씀 되시겠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과정에서도 ‘검찰은 결코 ○치지 않는다’며 자존심을 곧추세웠다. 한 전 총리를 5만달러 수수 혐의로 기소한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진술을 번복해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었다. 표적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이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으며 하는 일이 그거냐’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하지만 검찰이 순전히 ○친 것만은 아니었다. 혐의 내용과는 거리가 있지만, 평소 ‘공치지 않는다’고 주장한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의 골프빌리지에서 ‘공쳤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특종상은 줄 수 없지만 검찰의 ‘단독 보도’였다. 아울러 검찰이 완전 ‘○친 조직’은 아니라는 사실도 인정한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