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호 한나라당 의원. 사진 한겨레 김진수 기자
‘빼라!’ 당신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 뚱뚱한 당신은 배 둘레를 두툼하게 감싸고 있는 지방 덩어리에 불현듯 손을 얹을지 모른다. 만약 MB 시대에 그런 행동을 한다면 당신의 시사 감각은 더 이상 뺄 것도 없는 빵점이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이 이병순 한국방송 사장 앞에서 “김구라는 좀 빼라”며 호통을 쳤다. 물론 연예인 김구라의 살을 빼라는 소리가 아니다. 진 의원은 김구라의 ‘막말’을 예로 들며 그의 퇴출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요약하면 “김구라 김빼라”는 소리가 되시겠다. 진 의원의 발언에 대해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한나라당은 저런 분(진성호 의원) 좀 빼라”고 응수했다. 김구라 김빠지는 진 의원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생각했다. 만약 진 의원처럼 누구를 ‘넣어라’ ‘빼라’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위치라면, 나는 이병순 사장에게 ‘넣어라!’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진 의원처럼 방송을 열심히 모니터링하는 사람이라면 ‘의원’보다 ‘위원’이 제격이다. 그렇다, 시청자위원 말이다. 제발 진 의원을 한국방송 시청자위원회에 넣어라! 대신 깊이깊이 꼭꼭 넣어라!
‘막말’을 잡아내는 절정의 모니터링 감각을 보여준 진성호 의원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났다. 10월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감사에서 유 장관을 만난 진 의원은 이 자리에서도 “유 장관은 막장 드라마와는 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에 오래 출연한 바 있다”며 “김구라씨는 1회 출연에 평균 40회가 넘는 막말을 한다”고 말했다. 진 의원의 지적에 유 장관은 “우리말을 아름답게 가꾸는 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사실 ‘막말’이라면 누구보다 할 말이 많은 사람은 유 장관이다. 일찍이 그는 국회에서 사진기자를 상대로 “찍지 마, 씨×!”이라며 거침없이 일갈한 경력이 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며칠 뒤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2009년 6월 문화부 앞에서 1인시위를 하던 학부모에게 “세뇌가 되신 것”이라며 또다시 막말을 했다. 그랬~던 유 장관이 진 의원 앞에서는 “우리말을 아름답게 가꾸는 데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이건 ‘정말’일까, 아니면 ‘빈말’일까. 혹시 나오는 대로 막 하는 ‘막말’?
유인촌 장관은 같은 날 한국의 언론자유지수에 대해서도 말했다. “‘국경없는기자회’에 항의하겠다.” 최근 국경없는기자회가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전세계 175개국 가운데 69위로 낮게 평가한 것에 대한 유 장관의 대답이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10월20일 ‘2009년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며 한국은 2008년 47위에서 22단계 하락한 69위라고 밝혔다. 글쎄, 미네르바, 손석희, 신경민, 김제동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항의하겠다”는 유 장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오히려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우리라면 국경없는기자회 발표에 동의하겠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오늘 밤 0시부터 차량 5부제…공공은 의무, 민간은 자율 참여

‘15평 아파트·재산 6억’ 박홍근…국힘 “검소해서 질의할 게 없다”

트럼프 “공격 유예” 발표 15분 전…8700억원, 수상한 원유 거래

조국 “민주당 정치인들이 부산 출마하지 말라고 해”

“미, 파키스탄서 이란과 회담 추진 중…상대는 ‘실세’ 갈리바프”

‘에너지 절벽’ 재택근무, 학교는 주4일제 간다…남아시아 초비상

이란 “트럼프와 협상 NO…호르무즈 예전으로 못 돌아가”

전투기 1시간에 승용차 7년치 탄소배출…할수록 ‘망하는’ 전쟁

“교도관들, 윤석열 보면 진상 손님 같다고…식탐 강한 건 사실”

“남 얘기 함부로 안 하기” 공장서 숨진 19살…2년째 산재 인정 못 받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