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핫이슈’는 이상희 국방부 장관의 항의서한 파동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실세 차관’ 장수만 국방부 차관이 장관을 제치고 청와대와 단독으로 국방예산을 협의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운운하다 실세 차관에게 뒤통수를 ‘선제타격’당한 이상희 장관은 뒤늦게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보내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장수만 차관의 위세 ‘장수만세’에 눌린 그는 ‘바지사장’, 아니 ‘바지장관’으로 비칠 뿐이다. 게다가 항의서한이 언론에 곧바로 보도되는 바람에 이상희 장관은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바지장관’, 즉 ‘핫바지’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어쨌든 ‘핫바지’로 떠오르기는 했지만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구경거리가 될 만한 장면, 줄여서 ‘장관’을 연출해주는 바람에 이번주 부글부글은 또 이렇게 넘어가게 됐다. 국방부 장관도 ‘핫바지’ 만들어버리는 MB 정부 ‘장수만세’ 만만세다!
화장실에서 ‘큰일’ 치르는 친구에게 가장 흔히 하는 말은 뭘까? 바로 “빨리 끊고 나와”다. 길게 이어지는 똥을 중간에서 끊고 그만 나오라는 뜻이다. 그렇게 따지면 ‘똥을 끊는다’는 뜻의 ‘변절’은 사실 가치중립적인 표현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변절’은 어떠한가. 1970년대 김 지사는 노동운동의 선봉이었다. 1985년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 결성을 주도했다는 혐의로 전두환 정권에 구속되기도 했고, 고문까지 당했다. 1990년대 초반에는 기층 민중을 대변하겠다며 민중당을 창당해 노동위원장을 지냈다. 이랬던 그가 최근 쌍용자동차 강제 진압에 나섰던 경찰을 표창하라고 지시했다. 쌍용자동차 사태가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파업 현장을 찾지 않았던 김 지사가 갑자기 파업 현장을 진압한 경찰을 표창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노동자 대신 이들을 강제 진압한 경찰에게 표창을 날리는 노동운동가 출신 김 지사에게 차라리 그의 장기인 ‘변절’을 다시 권하고 싶다. “그냥 빨리 끊고 나와!” 뭘 끊고 나오라는 말이냐고 반문한다면, 독자들의 대답은 이미 준비돼 있을 것이다.
“연구진과 기술진들도 이명박 대통령의 격려에 감사의 뜻을 표하는 동시에 다음에는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굳은 각오를 보였다. 일부 연구원들은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물까지 흘렸다. 임석희 항공우주연구원 추진기관체계 선임연구원은 정동묵 시인의 ‘꼭 가야 하는 길’이라는 시를 낭송하면서 울음을 참지 못했고, 몇몇 연구원도 따라서 눈물을 흘렸다. 임 연구원은 이 대통령에게 ‘가족의 사랑을 느끼듯 국가 지도자가 우주 개발에 대한 의지를 말해주면 우리가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8월28일치 보도의 일부다. 이 보도는 당연히 보수 언론을 통해 널리널리 퍼졌다. 이들 언론은 ‘군용 점퍼 차림의 이 대통령이 불과 두 달여 만에 나로우주센터를 다시 방문해 나로호가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한 것과 관련해, 자칫 의기소침할 수 있는 나로호 발사 관계자들을 격려했다’는 소식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보도가 넘치는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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