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자신감은 38선 앞에 멈추네. 사진 <한겨레> 김태형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역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행동하는 양심’의 실천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에서 “두렵다고, 겁이 난다고 주저앉아만 있으면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두렵지만, 나서는 것이 참된 용기입니다”라고 썼다. 김 전 대통령은 서거 직전까지 이명박 정부의 독재 행태를 비판하며 ‘행동하는 양심’을 강조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행동하는 양심’을 두려워하는 세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논란은 행정안전부가 국회에 마련된 공식 빈소 앞에서 김 전 대통령의 연설 관련 영상물을 상영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면서 빚어졌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8월20일 오후 “민주당이 해당 영상물이 담긴 CD를 건넸지만 행안부가 연설 영상 상영을 막았다”라고 말했다. CD에는 김 전 대통령이 6월11일 현 정부를 비판하며 ‘행동하는 양심’을 강조한 연설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의원은 “평생을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다 돌아가신 대통령인데 사후에도 김 전 대통령을 검열하는 듯한 행위는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김 전 대통령 장의를 ‘국장’으로 전격 결정하며 이를 이명박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이었다고 밝힌 정부의 자신감은 여기까지?
기자들은 누구나 아는 사람이며, 독자 가운데서도 눈 밝은 독자라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이른바 ‘정부 관계자’가 8월20일 기자들 앞에서 북한의 조문단 파견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조문단을 파견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를 배제한 것에 대해 “아직은 북한이 공식적으로 우리 (정부)에 직접 연락한 바 없다. 쉽게 말하면 사설 조문단”이라며 “‘통민봉관’이라는 말을 많이 쓰던데 글자 그대로 사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정부가 단단히 삐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따지고 보면 현대아산 개성공단 직원 유성진씨 석방 협상도 그랬다. 한국 정부는 완전히 배제된 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협상을 도맡아 진행했다. 우리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현 회장의 방북 과정과 성과를 설명한 것뿐이다. 두 사건을 계기로 알 수 있는 것은 현 정부 아래에서 대북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핵심은 바로 ‘대북정책의 민영화’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실용정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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