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이-친박 계파 전쟁은 ‘막장 드라마’를 절로 떠오르게 한다. 안 보면 궁금해서 손발이 오그라들고, 막상 들여다보면 짜증나서 손발이 오그라든다. 결국 별수 없이 욕하면서 보게 되는데, 둘 다 스토리가 ‘독하다’. 일단 주인공의 두 집 살림은 필수 요소다. 갈등은 주인공의 아내와 첩이 각각 아이를 임신하며 잉태된다. 주인공의 마음은 정통성이 있는 대신 표독스런 아내보다 오직 가만히 있는 게 특기인 가녀린 첩에게 기울어져 있다. 주인공의 회사를 아내와 첩의 아이들 가운데 한 명에게 물려주려 할 때, 비극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주인공의 번민이 깊어질 무렵, 표독스런 아내보다 더 무서운 그녀의 언니가 등장한다. 가만히 있는 첩에게 ‘당장 아이를 지우라’며 협박을 서슴지 않는 무서운 여자다. 하지만 아내와 그녀의 언니가 꾸민 계략은 결정적 순간에 주인공에게 발각되게 마련이다. 결국 최후의 승리는 언제나 그냥 가만히 있던 그녀에게 돌아간다.
(*천년 고도 경주에서 친이-친박 싸움이 재개됐다. 한나라당에서는 친이계 정종복 후보를 공천했고, 정수성 전 육군대장은 친박 후보임을 내세우며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양쪽의 싸움은 정 전 대장이 “이상득 의원 쪽에서 사람을 보내 후보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하며 막장으로 치달았다. 언제나 그렇듯,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친이계를 겨냥해 “정치의 수치”라고 짧게 말한 뒤 사라졌다. 전후 배경설명도 없이 툭툭 내뱉는 말을 ‘고도의 정치’로 포장하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정치권의 몫이었다.)
적은 외부가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었다. 국방부가 비밀리에 육성해왔던 무적의 ‘골프부대’ 실체를 자백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터졌다. 지난 한 해 평일에 골프를 친 현역 군인이 연인원 기준 10만 명에 육박한다는 국방부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한국군 장교는 4만 명이 조금 넘는 수준. ‘골프부대’에게 골프는 훈련의 연장이다. 훈련 프로그램도 살벌하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전투 골프’다. 전투 골프란 골프 샷을 날린 뒤, 낙하 지점까지 전속력으로 달려 공이 완전히 멈추기 전에 도달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보통 사람의 경우 4시간 정도 걸리는 18홀 경기를 단 30분 만에 주파하는 것이 보통이다. 더 무시무시한 것은 ‘혹한기 골프’다. 새하얀 눈밭에서 골프를 치는 것인데, 눈 속에 파묻힌 하얀 골프공을 쫓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어렵다. 골프부대 특수훈련의 백미는 ‘천리행군 골프’다. 말이 천리지 400km 길이다. 완전군장을 한 채 골프채를 메고 400km의 라운딩을 하는 것이다. 세계 최정예로 꼽히는 한국군 골프부대의 암호명은 ‘당나라 부대’다.
아이를 갖고 싶다는 절박함이 이성을 압도할 때 ‘상상임신’ 증상이 나타난다. 상상임신 상태가 10개월간 이어지면 ‘상상출산’ 경지에 이르게 된다. 자신이 낳지도 않은 아이를 자기 아이라고 우겨대는 증세를 보인다면 상상출산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을 낳은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걸까. 고려대가 입학식조차 치르지 않은 김연아 선수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3월 말 고려대가 “고려대가 세계적 리더 김연아를 낳았습니다”라고 광고한 것이 김 선수 팬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런데 고려대는 이명박이 낳나, 김연아 선수가 낳나, 누가 더 낳나(참고로 ‘낫다’의 인터넷 표준어는 ‘낳다’입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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