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재 33위인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15위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한국의 첨단 기술과 제품을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명박 정부가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첨단 제품은 무엇일까? 바로 ‘MB표 불도저’다. 이 불도저가 국가인권위원회 축소까지 기어이 밀어붙일 태세다. 행정안전부는 3월20일 인권위에 정원을 21.2% 줄이는 조직축소 방안을 공식 통보했다. 정부 개편안에 따르면, 인권위는 현행 5본부 22팀 4소속기관에서 1관 2국 11과 3소속기관 체제로 바뀌게 될 전망이다. 조직이 축소됨에 따라 정원도 현재 208명에서 164명으로 44명(21.2%)이나 줄게 된다. 존폐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됐던 부산·대구·광주 지역사무소 3곳은 1년 뒤 다시 판단하기로 했다. 만약 지역사무소가 모두 폐쇄되면 감축 인원은 62명으로 늘게 된다.
정부의 축소 방침에 대해 인권위는 “정부가 해당 부처와 협의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방안을 처리하려 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안경환 인권위원장도 3월21일 예정됐던 스위스 제네바 국제인권기구조정위원회(ICC) 총회 참석을 취소한 채 3월26일 인권위 긴급 전원위원회를 소집했다. 안 위원장은 정부 축소안이 국무회의에 상정되면 ‘출석 발언권’을 행사해 조직 축소에 반대할 계획이다.
‘빠졌다.’ 군대에서 신병을 가장 두렵게 하는 말이 ‘빠졌다’다. 파릇파릇한 신병이 ‘배달’될 때, 야비한 ‘왕고’(사병 중 최고참)가 가장 많이 하는 장난은 자신도 신병인 척하는 것이다. 순진한 신병은 십중팔구 속아넘어가게 마련인데, 그러면 ‘빠졌다’며 욕을 먹는다. 고참이 웃을 때 따라 웃어도 신병은 ‘빠졌다’며 혼난다. 고참이 빼앗아간 자신의 애인 사진을 달라고 할 때도 ‘빠졌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빠졌다’는 ‘군기가 빠졌다’의 줄임말이다. 고참이 신병에게 시도때도 없이 갖다붙이는 말이 ‘군기가 빠졌다’는 것이다.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군법무관의 밥줄이 끊기게 생겼다. 이른바 ‘불온서적’ 문제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군법무관들에게 육군이 파면 처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국방부가 찾아낸 핑계는 ‘군기가 빠졌다’는 것이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위기일수록 엄정한 ‘군기 확립’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군법무관을 파면하기 위해 국방부가 5개월간 찾아낸 ‘혐의’가 고작 ‘빠졌다’는 것이란 사실은 놀랍다. 장병의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호소하는 군법무관을 파면시켜 군 ‘사기’를 꺾고 나서 되레 ‘군기’ 운운하는 것을 보면 국방부는 단단히 모순에 ‘빠졌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적의 침략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횡설수설하는 것을 보면 국방부는 나사마저 ‘빠졌다’.
북한이 개성공단 육로 통행을 ‘차단’했다가 ‘해제’하기를 반복하며 ‘개성’에서 공화국의 ‘개성’을 마음껏 과시하고 있다. 김용갑 한나라당 상임고문은 이에 대해 “지금 북한은 엿장수가 됐고, 남한은 엿이 됐다”고 말했다. 요약하면 ‘이명박 정부 엿 됐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김 상임고문이 지적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북한이 개성에서 엿장수의 ‘개성’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도록 ‘엿’을 공급한 것은 이명박 정부였다는 사실!
최성진 기자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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