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9월9일 서울지하철 시청역 2호선에서 내린 배리어프리 ‘소플’ 이유정 대표가 1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모두의 지하철’ 환승 안내표지를 보고 있다. 교통약자를 위한 환승 안내표지가 지하철 장애인 전용칸 앞에 붙어 있다.
“2호선에서 1호선으로 환승하러 가는 동선마다 교통약자 안내표지가 곳곳에 있으니까 믿고 갈 수 있어 좋았어요.”
휠체어를 타고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이동하는 내내 이유정 배리어프리(장벽 없는 접근성) ‘소플’ 대표의 얼굴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어릴 때부터 골형성부전증(선천적 콜라겐 유전자 결손에 따라 뼈가 극도로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지는 희귀 유전 질환)으로 인해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다. 22살이 되던 2012년 경기도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휠체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대학교와 서울 집 간의 이동, 장애인 관련 활동 등을 하기 위해 지하철도 본격적으로 이용하게 됐다. 지하철 이용은 신났지만 이동할 때마다 불편함이 커졌다. 엘리베이터를 찾기도 환승하기도 어려웠다. 이 대표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이 되게 헷갈렸다. 2·4·5호선이 교차하는 역이라 되게 복잡하고 환승하기 힘들다. 휠체어 이용자는 환승하기 위해 두세 번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는데 교통약자를 위한 안내표지판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길을 잃어버려 30분 넘게 걸리기도 했다”며 “모임이나 약속 장소에 가기 위해 예상 이동시간보다 최소 30~40분 전에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약자들이 지하철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서울지하철의 환승 체계가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비장애인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는 휠체어·유아차 이용자가 일반인의 환승 경로를 따라 이동하다보면 계단을 만나거나 길을 벗어나 어디로 갈지 모르는 ‘블랙아웃’(기능이 일시적으로 정지되는 상태)에 종종 빠지게 된다. 이유정 대표는 “환승을 많이 하고 엘리베이터를 몇 번 잘못 타다보면 그게 쌓이고 쌓여 심리적으로 힘들게 된다. 나가기 힘들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2025년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이연준 교수 연구팀이 휠체어 이용자 30명과 함께 한 서울 주요 환승역 10곳 조사에선 한 차례 환승에 평균 20~50분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조사에선 교통약자의 평균 환승 시간이 19분이 걸려 비장애인 3.3분보다 5.7배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리베이터 위치 찾기, 환승용과 출구용 엘리베이터 구분이 어려웠다.
이런 교통약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사단법인 ‘무의’가 2025년부터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현대로템과 함께 교통약자 안내표지 ‘모두의 지하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휠체어 이용자 30명과 10개 환승역을 이용하면서 문제점을 조사하고 개선된 안내표지를 만들었다. 우선 눈에 띄기 쉽게 청록색 유도 띠와 큰 교통약자 픽토그램을 적용하고, 엘리베이터 중심으로 정보체계를 바꾸었다. 또한 휠체어 이용자가 지하철을 이용하는 동안 ‘블랙아웃’에 빠지지 않게 지하철 장애인 전용칸 바로 앞에서 시작해 이동하는 주요 지점마다 안내표지를 부착했다. 교통약자 안내표지 부착 뒤, 시청역에서 휠체어 이용자가 1호선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는 시간이 평균 16분3초에서 9분37초로 약 40% 줄었다. 경로를 벗어난 횟수는 평균 5.7회에서 0.9회로 감소했다. ‘모두의 지하철’ 프로젝트는 ‘202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상’을 받았다. 현재 시청·서울·연신내·고속터미널역 등 10개 환승역에 설치된 교통약자 안내표지는 2026년 25개 역사에 추가 적용되고 2027년까지 서울교통공사 전 역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홍윤희 무의 이사장은 “2015년 휠체어를 타는 딸과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10년이 걸렸다. 무의는 장애가 무의해지는 사회를 위한 연대로부터 시작했다”며 “엘리베이터가 생기고 물리적 턱이 없어지고 교통약자 안내표지가 생기고 심리적 턱이 없어졌다. 마지막으로 인식의 턱이 없어져서 ‘무의’가 무의미해지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 시청역 엘리베이터에 교통약자들이 알아보기 쉽게 큰 픽토그램이 표시돼 있다.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내린 이유정 대표가 1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나가는 길 옆으로 비장애인을 위한 1호선 환승 안내가 표시돼 있다. 장애인과 일반인의 환승 경로가 다르다.

이유정 대표가 2호선 시청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다른 승객이 이 대표에게 양보하고 있다.

이유정 대표가 시청역에서 ‘모두의 지하철’ 안내표지를 보고 1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모두의 지하철’ 안내표지에는 눈에 띄기 쉽게 청록색 띠를 적용하고 환승용 엘리베이터와 출구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표시돼 있다. 높이도 휠체어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췄다.

2호선 시청역에서 내린 이유정 대표가 1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경사로를 오르고 있다. 이 대표는 “주요 길목마다 교통약자 안내표지가 있어 무의식적으로 따라가게 된다”며 웃음을 보였다. 출구용과 환승용 엘리베이터가 구분되게 표시되지 않은 역이 많아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지하철 서울역 1호선에 교통약자를 위한 환승 안내표지와 일반인을 위한 안내표지가 다른 방향으로 안내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코레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겹치는 서울역은 환승하기 복잡한 역 중 하나다. 역사 안 구역별로 운영 주체가 달라 ‘무의’는 교통약자 안내표지를 모든 곳에 붙이지 못했다. 휠체어·유아차 등을 이용하는 교통약자에게 ‘블랙아웃’이 발생하는 지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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