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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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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통 들고, 대중교통 타고 간 결혼식

쓰레기장 배경 청첩장 사진 찍은 대만 환경운동가의 ‘환경 결혼식’
등록 2024-01-26 19:19 수정 2024-01-29 11:57
2024년 1월20일 ‘친환경 결혼식’을 한 이안 시오우(왼쪽)와 아이리스 슈에 부부가 결혼식 마지막 순서인 해변 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

2024년 1월20일 ‘친환경 결혼식’을 한 이안 시오우(왼쪽)와 아이리스 슈에 부부가 결혼식 마지막 순서인 해변 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


2023년 10월14일 쓰레기장에서 결혼사진을 찍어 화제가 된 대만 환경운동가 신부 아이리스 슈에와 신랑 이안 시오우가 2024년 1월20일 ‘친환경 결혼식’을 했다. 이 부부의 결혼 웹사이트에 따르면 결혼식은 대만 신베이시에 있는 한 채식식당에서 진행됐다. 부부는 페이스북으로 하객에게 대중교통 이용, 다회용 음식 포장 용기 지참을 권했고, 식장에서 다회용 컵을 빌려주며 쓰레기 발생량을 줄였다. 부케도 꽃 대신 채소로 만들어 나중에 식재료로 쓸 수 있게 했다. 결혼식 뒤에는 하객과 함께 근처 해변에서 쓰레기를 주웠는데, 이날 40분 동안 주운 쓰레기의 무게는 300㎏에 이르렀다.

슈에·시오우 부부의 결혼식 참석자들이 해변 정화 활동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슈에·시오우 부부의 결혼식 참석자들이 해변 정화 활동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이리스 슈에(왼쪽)와 이안 시오우(오른쪽)이 지난해 대만의 난터우현 푸리향에 있는 쓰레기장에서 촬영한 결혼사진. 2023.10.14 아이리스 슈에 페이스북 갈무리

아이리스 슈에(왼쪽)와 이안 시오우(오른쪽)이 지난해 대만의 난터우현 푸리향에 있는 쓰레기장에서 촬영한 결혼사진. 2023.10.14 아이리스 슈에 페이스북 갈무리


슈에는 <한겨레21>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결혼식 없이 구청 가서 혼인신고만 하는 게 더 친환경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정말 결혼식을 하고 싶다면 많은 사람이 환경문제에 관심 갖게 할 기회로 만들고 싶었다고 ‘친환경 결혼식’을 기획한 의도를 밝혔다.

세계적으로 관심을 끈 부부의 쓰레기장을 배경으로 한 청첩장용 사진은 집안 어른들에게 친환경 결혼식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어른들이 결혼 축하 케이크를 하객에게 포장 없이 주면 성의 없어 보일 거라 우려했기 때문이다. 부부는 대만에서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버려지는지 보여주며 어른들을 설득하려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그 사진이 세계에 보도되며 주목받았다. 슈에는 “쓰레기 문제에 많은 사람이 관심 갖게 돼서 기뻤다”며 덕분에 “친환경 결혼식에 반대하던 어른들도 우리 선택을 지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슈에는 친환경 결혼식이 “이 세대와 지구 환경에 알맞은 결혼식”이라며 “우리에게 기쁜 일이 지구에도 기쁜 일이 되게끔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친환경 결혼식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되도록 페이스북에 개선 사항과 후속 활동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 아이리스 슈에 제공, 글 변준언 사진가

슈에·시오우 부부의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이 해변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다.

슈에·시오우 부부의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이 해변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다.


슈에·시오우 부부의 결혼식 참석자들이 각자 챙겨온 음식 포장용 다회용기를 보여주고 있다.

슈에·시오우 부부의 결혼식 참석자들이 각자 챙겨온 음식 포장용 다회용기를 보여주고 있다.


 

아이리스 슈에(왼쪽)와 이안 시오우 부부가 결혼식때 쓸 야채 부케를 들고 있다.

아이리스 슈에(왼쪽)와 이안 시오우 부부가 결혼식때 쓸 야채 부케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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