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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이 하나뿐인 마을…아마드의 칼 자국 [한 컷]

등록 2023-04-21 13:36 수정 2023-04-23 03:36
Panos Pictures 마스 니센

Panos Pictures 마스 니센

아프가니스탄 서부 도시 헤라트에서 가족 생계를 위해 자신의 신장을 판 칼릴 아마드(15)가 2022년 1월19일(현지시각) 윗옷을 걷어 올려 수술 자국을 내보이고 있다. 헤라트 판자촌에 사는 아마드의 아버지 굴 모하마드는 음식과 약을 사느라 많은 빚을 졌다. 채권자들은 모하마드의 두 살배기 아들을 납치해 돈을 갚으라고 협박한 뒤 풀어줬다. 모하마드 부부는 신장을 팔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모하마드는 신장결석이 있고 아내는 당뇨병 환자라 신장을 팔 수 없었다. 큰아들은 플라스틱류를 수거해 하루 3달러를 벌어온다. 결국 아마드의 신장을 4500달러에 팔아 빚을 갚았다.

아프가니스탄은 2021년 8월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 가뭄 등 자연재해까지 겹쳐 4천만 인구의 58%가 극심한 기아에 직면했다. 헤라트 시내 벽과 가로등에는 신장 매매 광고지가 곳곳에 붙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신장 하나를 팔고 남은 하나로 살아 ‘하나의 신장 마을’(One Kidney Village)이라 부르는 곳까지 생겨났다.

이 사진은 2023년 4월20일 발표된 세계 최대 보도사진 공모전 ‘월드 프레스 포토’(World Press Photo) 포토스토리 부문 수상작이다. 덴마크 신문 <폴리티켄>(Politiken)의 사진기자인 마스 니센은 ‘아프가니스탄 평화의 대가’란 제목으로 이 사진과 함께 빈곤과 싸우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 모습을 담은 일련의 사진을 출품했다. 니센은 2015년 러시아의 동성애 커플 존과 알렉스를 찍은 사진으로 ‘월드 프레스 포토’ 올해의 사진에 뽑히기도 했다. 그는 사진가와 영화제작자들의 국제적 에이전시인 파노스픽처스(Panos Pictures)의 일원이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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