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바쳐 수십 년 일한 직장에서 쫓겨난 해고노동자들이 법원 판결로 엄동설한의 거리로 밀려났다. 세종호텔은 1966년 서울 명동 한복판에 문을 열어, 내국인은 물론 도심 투어를 하는 외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곳이다. 코로나19로 손님의 발길이 줄어들자 호텔 쪽은 2021년 11월 노동자 15명의 정리해고를 발표했다. 이에 맞서 세종호텔노동조합은 12월2일 호텔 로비 일부 공간에 텐트를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세종호텔은 12월9일부터 해고자의 출입을 막으려고 직장폐쇄를 했다. 다음날 12명을 해고했다.
그럼에도 해고노동자의 호텔 안 농성이 이어지자, 세종호텔 운영사인 세종투자개발은 노조를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2022년 1월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송경근)는 사 쪽의 요구를 전부 인용해 “점거행위를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호텔 100m 안에서는 펼침막이나 팻말을 거는 행위도 금지했다. 노조가 ‘직장폐쇄 해제’를 신청한 가처분 사건은 기각했다.
해고노동자 12명 중엔 1993년 비서실로 입사해 경리과, 인사과, 룸메이드 등을 오가며 28년을 근무한 김란희씨도 있다. 대부분의 해고자가 20년 이상 일한 장기근속자다. 2011년 정규직 240명이던 세종호텔은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 구조조정을 겪은데다 이번 정리해고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더해 50여 명의 직원만 남았다. 세종호텔의 객실은 333개다.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노조는 이 인원으론 객실 관리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법원 판결에 따라 1월18일 호텔을 비우고 거리로 나선 노동자들은 호텔 들머리에 비닐천막을 치고 농성을 이어간다. 이날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3도였다.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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