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에 갇히고 폭염에 달궈진 2021년 여름, 시민들은 갈 곳이 마땅찮다. 한낮을 달군 해가 지평선 저편으로 넘어갈 무렵, 이른 저녁 식사를 마친 시민들이 한강 둔치를 찾는다. 다리 상판이 해를 가려 지열을 머금지 않은 대교 아래가 명당이다.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넘긴 7월18일 저녁 8시, 서울 여의도 원효대교 아래 한강 둔치를 찾은 시민들이 서늘한 강바람에 끈적한 땀을 식히고 있었다. 방역 지침에 따라 거리를 두느라 드문드문 앉았다.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 단위 피서객 사이에 젊은 연인들도 눈에 띈다. 오리배가 떠다니는 강 위에서는 이따금 수상스키를 매단 모터보트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지나간다. 어둠이 내리자 유람선 배터 주변의 형형색색 조명이 불을 밝힌다.
한강시민공원 질서단속요원이 순찰을 돌며 벤치와 오두막을 두른 이용 금지 테이프를 점검한다. 그 옆 잔디밭에선 잠자리를 잡는 아이들의 발소리가 수선스럽다. 9시40분께 갑작스레 소나기가 퍼부었다. 아열대 지역 ‘스콜’처럼 제법 굵은 빗방울이 한동안 쏟아진다. 대부분 가족들이 우산을 받쳐든 채 귀가를 서두른다. 그래도 지나가는 밤이 아쉬운 연인들은 다리 아래로 모여든다. 10시30분께 비가 그치고, 한결 시원해진 밤바람이 불어온다. 수면에 비친 다리 불빛에 연인들의 실루엣이 반짝인다.
사진·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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