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3월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는 상황에서 제대로 진료받지 못해 숨진 정유엽군의 아버지 정성재씨(앞줄 왼쪽)와 ‘코로나19 의료 공백으로 인한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2021년 3월3일 충북 영동에서 차도를 따라 걷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의료 공백으로 숨진 정유엽(당시 17살)군의 아버지 정성재(54)씨가 천릿길을 걷고 있다. 아들이 병원을 전전하다 숨을 거둔 경북 경산을 2월22일 출발해 대구, 경북 김천, 대전을 거쳐 충북 영동을 걸어서 지나고 있다.
정군은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된 2020년 3월12일 저녁, 42도까지 치솟는 고열로 선별진료소가 마련된 경산중앙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병원 쪽은 선별진료소가 문을 닫았다며 응급실 밖에서 체온만 재고 해열제와 항생제를 처방해준 뒤, 정군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다음날 다시 병원을 찾은 정군은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한 뒤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정군이 이날 오후 구토와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악화해 다시 병원을 찾자 병원 쪽은 “오늘 밤을 넘기기 어렵다”며 3차 진료기관인 영남대병원으로 보냈다. 두 병원에서 열세 번에 걸친 코로나19 검사 끝에 음성반응만 나오다 마지막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마저도 검사 오류로 결과가 뒤집혔다. 결국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정군은 입원 닷새 만인 3월18일 숨졌다.
의료기관의 대처 부실과 의료 공백 탓에 아들을 잃은 정성재씨는 ‘제2의 정유엽’이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다. 직장암 3기로 투병 중인 정씨가 ‘공공의료체계 강화’를 요구하며 368.3㎞를 걷는다. 정씨와 함께하는 ‘코로나19 의료 공백으로 인한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는 “고열 환자 누구나 진료를 거부당할 수 있으며, 우리 사회 구성원 누구나 의료 공백의 아픔을 당할 수 있다”면서 “특히 장애인·이주민 등 취약계층에게 현실은 더 불평등하다”고 말한다.
3월17일 청와대 사랑채 도착을 목표로 걸음을 옮기는 정씨와 일행의 가슴엔 ‘정유엽과 내딛는 공공의료 한 걸음 더’란 글귀가 쓰여 있다.

정성재씨 일행이 3월4일 충북 옥천 나들목 주변 도로를 지나고 있다.
정씨가 출발에 앞서 일행과 함께 숨을 고르고 있다.

암과 싸우며 24일 동안 368㎞를 걷는 고난의 일정이다. 정씨와 일행이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영동=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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