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파주의 문발배수펌프장 유수지에서 1월20일 밤 노랑부리저어새와 대백로가 기러기 등 겨울 철새들과 함께 잠자고 있다. 어둠 속에 자고 있는 새를 찍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30초간 열었지만, 한 다리로 선 채 잠든 새는 거의 움직임이 없다. 노랑부리저어새는 대백로 무리(가운데 흰색 뒷모습)에 섞여 고개를 파묻고 있다.
경기도 파주 문발배수펌프장 유수지는 겨울 철새의 잠자리다. 출판단지가 들어서며 습지 주변에 도로가 뚫리고 건물이 들어섰지만, 해마다 새들이 날아와 춥고 긴 밤을 난다. 해가 떨어져 땅거미가 지면 강 하구와 주변 농경지에서 먹이 활동을 하던 새들이 날아든다.
잠자리의 터줏대감은 쇠기러기와 큰기러기, 큰부리큰기러기다. 많을 때는 1만 마리 넘게 몰려 낮에 조용하던 습지가 시끌시끌해진다. 이런 날엔 같은 오릿과 새인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쇠오리도 한몫 거든다. 거위의 조상으로 알려진 개리(천연기념물 제325-1호)도 매년 겨울 습지를 찾아오는 귀한 손님이다. 기러기류 가운데 목이 가장 길어 질펀한 땅에서 머리를 깊이 집어넣고 식물 뿌리를 먹곤 한다. 주걱 모양 부리를 가진 노랑부리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2호)는 습지 한가운데서 밤을 보낸다. 대백로나 왜가리 무리에 섞여 물에 발을 담그고 자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자유로가 만들어지면서 한강하구 산남습지에서 분리됐다. 지금은 홍수 때 도시의 침수를 막는 유수지 구실을 하고 있다. 도로가 습지에 가까이 붙어 있어, 지나는 차량과 산책 나온 사람 기척에 잠자리를 찾은 새들이 놀라기도 한다. 해가 지면 가로등과 주변 건물에서 새어 나온 불빛 때문에 눈이 부실 지경이다. 불편하고 비좁아도 새들은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 그나마 습지를 둘러싼 철제 담장 덕분에 사람이 더는 다가오지 못함을 알고 마음을 놓았을까?

새가 날아드는 하늘길에 전봇대와 전깃줄, 가로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가장 늦게 잠을 깬 노랑부리저어새들이 깃털을 다듬고 있다.

어둠이 붉은 노을을 감싸면 새들이 날아들기 시작해 유수지는 잠자리로 바뀐다.

잠에서 깬 쇠기러기, 큰기러기, 큰부리기러기 무리가 습지 가운데를 흐르는 하천을 따라 섞여 있다. 새벽에 급격히 떨어진 기온 때문에 김이 나는 하천에서 목욕을 마친 새들은 곧 무리 지어 먹이터로 날아간다.
파주=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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