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다섯 살의 집배원 강대희씨는 19년째 우편배달을 하고 있다. 계약직으로 일한 기간까지 합치면 22년째다. 아침 8시에 출근해 우편물을 분류한 뒤 9시에 우체국을 나선다. 경기도 시흥시 거모동 일대 9천 가구가 그가 맡은 구역이다. 오전에는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을 돈다. “등기우편물을 4층까지 두세 곳 연속 배달하면 다리가 풀리고 하늘이 노래져요.” 숨 가쁜 배달 중에도 그는 등기우편 수취인 소재 확인 등을 위해 통화를 계속해야 했다. 우정사업본부가 2016년부터 현장에 적용해온 집배부하량 산정 시스템은 일반우편물 2.1초, 등기우편물 28초로 배달 시간을 표준화했다.
낮 1시에 우편물 보관함에 들러 오후 우편물을 받는다. 3시께 오후 배달을 끝냈지만 연수로 빠진 동료의 구역을 ‘땜빵’하고 난 뒤에야 늦은 점심을 먹는다. “마음이 조급해서 천천히 먹을 수 없어요. 집배를 끝내고 보통 4시쯤 점심을 먹어요.” 날마다 배달하는 우편물 평균량이 일반우편물 1400통, 등기 110통, 택배 40개다. 우편물이 많아 그날 배달 못한 물량은 주말에 나와 처리한다. 우체국으로 돌아와 다음날 물량을 분류하고 민원 처리 통화를 한 뒤 저녁 7시께 퇴근한다. 그처럼 경력이 오랜 집배원과 달리, 신참 집배원들은 요령이 없어서 늦은 밤에야 퇴근하고 주말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 5월13일 충남 공주에서 일하던 서른네 살 청년 집배원이 집에 돌아와 자던 중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는 아침 8시 출근, 저녁 6시 퇴근으로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했으며, 당일 처리하지 못한 우편물을 집에 갖고 오는 날도 있었다고 한다. 5월12일에도 경기도 의정부와 충남 보령에서 집배원 두 명이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했다. 4월에는 집배원 두 명이 심장마비와 뇌출혈로 숨을 거뒀다. 전국우정노동조합의 조사에 따르면 집배원의 연간 노동시간은 2745시간이다. 2052시간을 일하는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보다 87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우정사업본부는 2019년 1천 명의 집배원을 늘릴 계획을 세웠으나, 국회에서 예산이 통과되지 않아 무산됐다. 집배원의 돌연사가 잇따르자 전국우정노조는 집배원의 노동환경 개선 등 근로조건 개선안을 우정사업본부에 내놓은 상태다. 개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배원들은 7월 초 총파업을 예정하고 있다.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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