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시 지장산 기슭 도연암은 ‘산새의 비밀정원’이다. 절엔 겨우내 새소리가 가득했다. 새들은 스님이 나눠준 먹이 덕분에 혹독한 겨울을 무사히 난다. 스님은 새와 산에서 동고동락하고 함께 도를 닦는다. 절 마당엔 곤줄박이, 박새, 진박새, 참새, 노랑턱멧새나 동고비처럼 덩치가 작은 새부터 제법 덩치 큰 오색딱따구리나 직박구리, 까치도 찾아온다. 새들은 먹이를 차지하려고 서로 다투기도 한다. 그러다 사냥꾼 참매가 나타나면 경계음을 크게 내고 함께 숨는 숲속 공동체다. 지난해 절 마당에 있는 은사시나무에 매단 인공 둥지에서 멸종위기 동물 하늘다람쥐도 새끼를 길러 나갔다.
지난겨울 산사도 유난히 추웠다. 수도관이 얼어터져 스님들은 무려 23일 동안 근처 개울에서 물을 길어다 생활해야 했다. 해가 길어지고 땅이 녹으면서 추운 산사에도 봄이 온다. 한겨울 때보다 깃털 색이 뚜렷하고 몸에 윤기가 흐르는 새는 둥지 자리를 알아보느라 분주하다. 스님이 나눈 먹이를 물어간 새들이 봄을 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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