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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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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물어 온 봄

곤줄박이, 박새, 진박새, 참새 등

스님이 나눠준 먹이로 겨울 난 새들과 함께 맞는 경기도 포천 도연암의 봄
등록 2018-04-03 17:19 수정 2020-05-03 07:17
산사 창으로 봄볕이 따스하게 비친다. 도연 스님이 산사 창을 열어 손을 내밀었더니 곤줄박이가 날아와 앉는다. 손에서 잣을 물어간 새는 봄을 물어올 것이다.

산사 창으로 봄볕이 따스하게 비친다. 도연 스님이 산사 창을 열어 손을 내밀었더니 곤줄박이가 날아와 앉는다. 손에서 잣을 물어간 새는 봄을 물어올 것이다.

경기도 포천시 지장산 기슭 도연암은 ‘산새의 비밀정원’이다. 절엔 겨우내 새소리가 가득했다. 새들은 스님이 나눠준 먹이 덕분에 혹독한 겨울을 무사히 난다. 스님은 새와 산에서 동고동락하고 함께 도를 닦는다. 절 마당엔 곤줄박이, 박새, 진박새, 참새, 노랑턱멧새나 동고비처럼 덩치가 작은 새부터 제법 덩치 큰 오색딱따구리나 직박구리, 까치도 찾아온다. 새들은 먹이를 차지하려고 서로 다투기도 한다. 그러다 사냥꾼 참매가 나타나면 경계음을 크게 내고 함께 숨는 숲속 공동체다. 지난해 절 마당에 있는 은사시나무에 매단 인공 둥지에서 멸종위기 동물 하늘다람쥐도 새끼를 길러 나갔다.

지난겨울 산사도 유난히 추웠다. 수도관이 얼어터져 스님들은 무려 23일 동안 근처 개울에서 물을 길어다 생활해야 했다. 해가 길어지고 땅이 녹으면서 추운 산사에도 봄이 온다. 한겨울 때보다 깃털 색이 뚜렷하고 몸에 윤기가 흐르는 새는 둥지 자리를 알아보느라 분주하다. 스님이 나눈 먹이를 물어간 새들이 봄을 길어온다.

새들도 가끔 먹이다툼을 한다. 물론 싸움은 토닥거리다 싱겁게 끝나는 수준이다. 박새보다 먼저 날아든 곤줄박이가 먹이통을 차지했다.

새들도 가끔 먹이다툼을 한다. 물론 싸움은 토닥거리다 싱겁게 끝나는 수준이다. 박새보다 먼저 날아든 곤줄박이가 먹이통을 차지했다.

곤줄박이가 스님 손가락에 내려앉았다.

곤줄박이가 스님 손가락에 내려앉았다.

마당에 놓아둔 땅콩. 새들이 먹기 좋게 볶은 땅콩을 잘게 부순다.

마당에 놓아둔 땅콩. 새들이 먹기 좋게 볶은 땅콩을 잘게 부순다.

창을 열어놓은 채 책을 읽고 있으면 새가 날아와 앉는다.

창을 열어놓은 채 책을 읽고 있으면 새가 날아와 앉는다.

기온이 올라가자 산새는 번식할 자리를 찾느라 바쁘다. 인공 새집을 둘러보고 나오는 곤줄박이.

기온이 올라가자 산새는 번식할 자리를 찾느라 바쁘다. 인공 새집을 둘러보고 나오는 곤줄박이.

포천=사진·글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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