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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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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괜찮은 사람은 없다

미얀마 군경과 극단주의자들의 학살 피해

방글라데시로 향한 로힝야 난민들을 만나다
등록 2017-10-24 17:47 수정 2020-05-03 07:17
방글라데시에 도착한 로힝야 난민들이 야산에 숨어있다가 10월14일 날이 밝자 해변가를 걸어 군 초소 쪽으로 가고 있다. 초소로 가면 군인들의 안내를 받아 서류를 작성하고 간단한 의료 검사를 받은 뒤 난민촌으로 옮겨간다.

방글라데시에 도착한 로힝야 난민들이 야산에 숨어있다가 10월14일 날이 밝자 해변가를 걸어 군 초소 쪽으로 가고 있다. 초소로 가면 군인들의 안내를 받아 서류를 작성하고 간단한 의료 검사를 받은 뒤 난민촌으로 옮겨간다.

10월10일 밤 ‘아시아 인권평화 디딤돌’(아디) 상근활동가인 김기남 변호사와 함께 중국 광저우를 거쳐 방글라데시 다카에 도착했다. 8월 말 이후 본격화한 미얀마 ‘로힝야 사태’의 현지 조사를 위해서였다. 조사단은 서둘러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의 국경지대인 남부 콕스바자르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미얀마 군경의 박해를 피해 도망친 로힝야를 만날 수 있었다.

올해 초, 미얀마 시트웨 인근 마을에서 로힝야를 만났을 때보다 상황은 더 나빠져 있었다. 미얀마 군과 경찰, 극단주의자들의 잔인함은 소수민족 학살에 이르렀고 생존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우리에게 도움을 호소했다.

아랍 난민 사태 때 발 빠르게 개입하며 난민들에게 도움을 주었던 국제사회는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로 인해 재정 상태가 넉넉지 않은 방글라데시 정부가 이 문제를 홀로 떠안고 있는 형편이다. 외신들은 재빠르게 ‘인종 학살’ ‘인종 청소’라는 단어로 로힝야의 피해 상황을 알리고 있지만, 이 문제에 입을 굳게 다문 미얀마 정부는 피해 조사와 취재를 거부하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한 한국 현대사에서 한국 정부는 최근까지 무고한 시민들을 ‘빨갱이’로 몰아 죽였다. 미얀마 정부 또한 무고한 로힝야들을 ‘테러리스트’로 몰아 학살하고 있다. 생존자와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8월30일 미얀마 라카인주 툴라톨리에선 군인들이 백사장에서 500여 명의 로힝야를 학살한 사건이 있었다. 현장 공개를 하지 않는 미얀마 정부 때문에 이 참사가 그대로 묻히게 됐다.

로힝야들은 미얀마 정부로부터 시민권을 인정받지 못한 채 고립돼 살아왔다. 정규교육을 받을 수 없어 마을 자체적으로 학교를 지어 아이들을 가르쳐왔다. 그 때문에 로힝야들은 미얀마인들에게 버마어를 못하는 이방인으로 공격을 당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17년 8월25일 이후 방글라데시로 넘어온 로힝야만 51만5천 명이다. 이들을 합쳐 총 82만2500명이 방글라데시에 난민으로 머물고 있다. 현재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에 머무는 로힝야의 80%가 여성과 어린이다.

죽어도 괜찮은 목숨은 없다. 로힝야는 죽어도 괜찮은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을 향한 무차별적 폭언과 폭압은 소수민족 학살과 다를 바 없다. 총칼을 피해 도망 다녀야 하는 야만의 시대가 서둘러 저물기를 바란다.

10월13일 로힝야 아기가 어른들의 도움으로 쿠투팔롱행 트럭에 오르고 있다.

10월13일 로힝야 아기가 어른들의 도움으로 쿠투팔롱행 트럭에 오르고 있다.

10월13일 방글라데시로 넘어온 로힝야들이 서류 작성과 간단한 의료 검사를 받기 위해 나무 그늘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전날 도착해 바닷가에서 밤을 새우다 해가 뜰 무렵 군대의 안내에 따라 500여m를 걸어 이곳으로 이동했다.

10월13일 방글라데시로 넘어온 로힝야들이 서류 작성과 간단한 의료 검사를 받기 위해 나무 그늘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전날 도착해 바닷가에서 밤을 새우다 해가 뜰 무렵 군대의 안내에 따라 500여m를 걸어 이곳으로 이동했다.

10월13일 나이아파라 캠프에서 로힝야 난민이 임시천막 안에서 코란을 읊고 있다.

10월13일 나이아파라 캠프에서 로힝야 난민이 임시천막 안에서 코란을 읊고 있다.

10월14일 발루칼리 난민촌의 펌프 주변에 생활하수와 오물, 쓰레기가 널려 있다. 펌프가 부족하지는 않지만 지하수 오염이 우려된다.

10월14일 발루칼리 난민촌의 펌프 주변에 생활하수와 오물, 쓰레기가 널려 있다. 펌프가 부족하지는 않지만 지하수 오염이 우려된다.

10월14일 발루칼리 난민촌 모습. 주황색 천막으로 둘러싸인 화장실은 가구당 하나씩 배정된다. 국제이주기구(IOM) 2017년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발루칼리 난민촌에는 9월30일까지 4만5470명이 임시 천막을 마련해 살고있다. 난민 수는 이후로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10월14일 발루칼리 난민촌 모습. 주황색 천막으로 둘러싸인 화장실은 가구당 하나씩 배정된다. 국제이주기구(IOM) 2017년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발루칼리 난민촌에는 9월30일까지 4만5470명이 임시 천막을 마련해 살고있다. 난민 수는 이후로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콕스바자르 시립병원에 입원한 로힝야 6살 소녀 누르파테마의 집은 미얀마 군대가 마구 쏜 총 때문에 불이 났다. 2층에 있던 누르는 다리에 큰 화상을 입었다. 불을 피하려고 아래로 뛰어내리는 바람에 왼쪽 허벅지뼈와 무릎뼈도 부러졌다. 10월16일 모습.

콕스바자르 시립병원에 입원한 로힝야 6살 소녀 누르파테마의 집은 미얀마 군대가 마구 쏜 총 때문에 불이 났다. 2층에 있던 누르는 다리에 큰 화상을 입었다. 불을 피하려고 아래로 뛰어내리는 바람에 왼쪽 허벅지뼈와 무릎뼈도 부러졌다. 10월16일 모습.

테크나프(방글라데시)=사진·글 조진섭 bromide.js@gmail.com*조진섭은 프랑스 파리 사진학교 ‘이카르 포토’를 졸업했고 프리랜서 포토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칼레의 아프리카 난민, 발칸반도의 아랍 난민, 독일 정착 시리아 난민 등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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