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가득하다. 우리말이 아닌 러시아어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 고려인지원센터 ‘너머’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고려인 동포 4세들이다. 이곳에서 초등학생 30여 명이 한국어와 영어, 미술, 댄스를 익힌다. 일하러 간 부모 대신 저녁까지 아이들을 돌보는 방과후교실이다. 일용직인 부모들은 한 달에 약 150만원을 번다.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에서 온 고려인들은 강제이주 역사 속에 ‘고려사람’의 전통을 지켜왔다. 그러나 스탈린 시절 소수민족 언어 사용 금지 정책으로 우리말을 잃었다. ‘너머’는 고려인을 위해 한국어교실을 운영한다. 초등학생 수업은 올해부터 시작했다. 한 학급으로 시작해 지금은 두 학급으로 늘었다.
지난해 한국에 온 아나스타샤(10)와 빅토리아(10)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아나스타샤의 장래 희망은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백만장자가 되는 것이다. 빅토리아의 꿈은 바다여행이다. 6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드미트리(9)는 아직 한국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한국어교실의 또래 외에는 친구가 없다. 스베틀라나(9)는 5월 러시아에서 왔다.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한국어를 모르니 학교가 재미없다. 러시아어로 할머니를 보러 가고 싶다고 했다.
법적으로 아이들은 외국인이다.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모는 동포지만 아이는 동포가 아니다. 아이들은 성인이 되면 자신이 살던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아직 모른다. 이래저래 아이들에게 한국은 낯설고 조심스러운 나라다.
안산시가 6월 말 발표한 주민 현황을 보면 안산 거주 고려인 동포는 6천 명 정도다.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국민위원회’ 김종천 사무국장은 “실제 1만 명이 넘을 것이다. 단원구 선부동이 고려인 밀집 지역이지만 최근 상록구 사동에도 고려인 거주자가 늘었다. 사동에만 19살 미만 고려인 4세가 150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고려인 4세에게 동포 자격을 부여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법무부에서 의견 수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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