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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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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도에서 백합을 줍다

개발에서 살아남은 유부도 갯벌…

말백합, 바지락, 동죽으로 철새와 사람을 살리다
등록 2016-10-19 12:13 수정 2020-05-02 22:17
유부도 어민들이 단단한 모래펄에서 ‘그레(조개잡이 전통 도구)질’을 하고 있다. 그레에 커다란 말백합이 걸리면 ‘철커덕’ 소리가 나고, 바지락이나 동죽이 걸리면 ‘삐걱’ 소리가 난다.

유부도 어민들이 단단한 모래펄에서 ‘그레(조개잡이 전통 도구)질’을 하고 있다. 그레에 커다란 말백합이 걸리면 ‘철커덕’ 소리가 나고, 바지락이나 동죽이 걸리면 ‘삐걱’ 소리가 난다.

충남 서천군 장항읍 유부도. 펄이 드러나자 어민들은 경운기를 타고 멀리까지 나가 갯일에 나선다. 펄이 단단해 호미 대신 전통 조개잡이 기구 ‘그레’를 끈다. 물떼새, 갈매기와 함께 말백합, 바지락, 동죽을 줍는다. 서천 최대의 말백합 산지인 펄에서 주민들 하루 벌이가 쏠쏠하다.

넓적부리도요도 이곳에서 실낱같은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전세계에 겨우 300마리 이하만 남아 멸종의 벼랑 끝까지 몰린 새다. 외모가 수려한 ‘갯벌의 신사’ 검은머리물떼새는 수천 마리씩 날고 저어새, 노랑부리백로와 알락꼬리마도요, 마도요 같은 희귀 철새들도 분주히 먹이를 찾는다.

국내 열세 번째 람사르습지(람사르협회가 지정·등록해 보호하는 습지)인 서천 갯벌과 유부도는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사람, 전통이 잘 어우러진 곳이다.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고 멸종위기 2급 흰발농게도 쉽게 발견된다. 10년 전 가까스로 매립과 개발의 위험에서 벗어난 뒤 생태의 보고가 되었다. 서천군은 세계자연유산 등재도 추진하고 있다.

해안에 밀려드는 쓰레기는 골칫거리다. 지방자치단체가 ‘클린 봉사단’을 운영해 치워도 계속 밀려든다. 대부분 고기잡이배와 인근 양식장에서 바다에 무분별하게 버린 쓰레기다. 조류와 파도를 타고 밀려들어 그대로 두면 해안을 가득 채워 경관을 해치고 물과 갯벌까지 오염시킨다.

섬은 전북 군산에서 배로 5분 거리지만 운행하는 여객선이 없어 드나들기 불편하다. 하지만 희귀 철새와 이국적 풍광으로 이름을 알려 찾는 사람이 늘었다. 섬이 손을 타기 시작했다.

‘섬 갯벌 클린 봉사단’이 파도에 떠내려온 쓰레기로 가득 덮인 유부도 해안을 치우고 있다.

‘섬 갯벌 클린 봉사단’이 파도에 떠내려온 쓰레기로 가득 덮인 유부도 해안을 치우고 있다.

지난해 문을 닫은 송림초등학교 유부 분교. 전봇대에 매단 농구 골대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지난해 문을 닫은 송림초등학교 유부 분교. 전봇대에 매단 농구 골대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경운기는 섬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사람을 태우고 석양의 해안가를 달린다.

경운기는 섬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사람을 태우고 석양의 해안가를 달린다.

물자가 부족한 섬에서는 김 양식장에서 쓰던 장대도 모아 울타리 재료로 쓴다.

물자가 부족한 섬에서는 김 양식장에서 쓰던 장대도 모아 울타리 재료로 쓴다.

물막이 공사로 새만금 갯벌은 매립되고 파괴됐다. 바로 옆 유부도 갯벌이 생태 기점으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월동지로 이동 중에 내려앉은 세가락도요가 썰물을 따라가며 먹이를 잡고 있다.

물막이 공사로 새만금 갯벌은 매립되고 파괴됐다. 바로 옆 유부도 갯벌이 생태 기점으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월동지로 이동 중에 내려앉은 세가락도요가 썰물을 따라가며 먹이를 잡고 있다.

유부도(서천)=사진·글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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