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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에이즈·가난에도 서로 의지해 아이 키우는 케냐 빈민가의 엄마들

컴패션의 ‘태아·영아 생존 프로그램’으로 의료·양육법·직업기술 지원받아
등록 2016-09-28 22:55 수정 2020-05-03 07:17
국제양육단체 한국컴패션의 권유를 받고 케냐 어린이를 일대일로 후원하고 있는 김경애 기자가 8월 초, 8박9일 일정으로 다른 후원자 20여 명과 함께 나이로비 일대 빈민가를 살펴보고 돌아와 글과 사진을 보냈다. _편집자
아프리카 전통 리듬의 춤사위 속에 스와힐리어로 환영의 노래를 부르며 한국컴패션 후원자들을 맞는 젊은 엄마들과 아이들. 이들은 카왕과레의 한 컴패션 어린이센터를 통해 ‘태아·영아 생존 프로그램’의 관리를 받고 있다. 이 중에는 무상 치료와 관리를 받는 HIV 보균자들도 있다.

아프리카 전통 리듬의 춤사위 속에 스와힐리어로 환영의 노래를 부르며 한국컴패션 후원자들을 맞는 젊은 엄마들과 아이들. 이들은 카왕과레의 한 컴패션 어린이센터를 통해 ‘태아·영아 생존 프로그램’의 관리를 받고 있다. 이 중에는 무상 치료와 관리를 받는 HIV 보균자들도 있다.

“우리를 방문해주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시커먼 매연으로 뿌연 대로를 버리고 노란 흙먼지가 창을 가리는 비포장도로로 달리던 낡은 승합차가 멈추는 순간, 한 무리의 여성들이 어린아이들과 어울려 흥겨운 춤과 노래로 일행을 맞았다. 스와힐리어와 토속 언어로 된 노래여서 가사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아프리카 특유의 동물소리 추임새와 활짝 웃는 표정만으로도 일행은 충분히 감동했다.

나이로비 중심가에서 차로 30분 남짓 떨어진 카왕과레 빈민가의 컴패션 어린이센터에서는 태아부터 3살까지 영유아와 엄마들을 함께 후원하는 ‘태아·영아 생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센터 중심 지원에서 가정 중심 지원으로 초점을 옮겨, 영아 생존율을 높이고 엄마·부모·양육자가 한 아이의 성장과 교육을 함께 책임지게 하려는 것이다. 2003년부터 14개의 시범 어린이센터를 지정해 시행착오를 검증해가며 개발해온 컴패션만의 양육 프로그램이다.

카왕과레에서는 2004년부터 시작해 현재 30여 명의 영유아와 엄마들이 후원받고 있다. 특히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산모와 아이들에 대한 철저한 예방과 관리 프로그램은 세계적 모범사례로 꼽힌다. 한국컴패션 대표 서정인 목사는 “유엔에서 ‘에이즈 구제 사업’ 전체를 컴패션에 맡기려고 용역을 타진할 만큼 성공적인 사례로 공인받았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은 모태 수직감염에 의해 아이들이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에이즈) 환자로 태어나는 비극을 막으려고 임산부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HIV·에이즈 검사를 권장하며, 양성일 때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지원하고 산모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여 태아의 감염의 최소화 할 수 있는 제왕절개 수술을 주선하기도 한다.

실제 상하수도 시설이 거의 없어 분뇨까지 그대로 쌓여 있는 오염 환경은 누구보다 위생관리에 철저해야 할 임산부와 태아들에게 치명적으로 보였다. 공중화장실을 비롯해 겨우 양철 칸막이만 해놓은 집들은 대문은커녕 방문도 변변하지 않았다.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성범죄에 노출된 여성들은 그만큼 원치 않는 임신과 HIV 감염의 위험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케냐컴패션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곳 엄마들은 당당하고 긍정적인 자존감이 넘쳐나 보였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무사히 아이를 낳은 이들은 컴패션 프로그램을 통해 익힌 아이 양육법과 재봉질, 요리, 수공예 등 직업기술을 활용해 아이를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이들은 육아공동체로서, 아이를 사랑하는 법을 서로 배우며 실천하고 있었다.

저마다 3살 미만의 아기를 안고 후원자그룹 환영모임에 나온 카왕과레 빈민가 엄마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고 당당했다. 그동안 다양한 컴패션의 양육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감과 자존감을 깨우친 이들은 아기에게도 특별히 예쁜 새옷을 입혀 데리고 왔다.

저마다 3살 미만의 아기를 안고 후원자그룹 환영모임에 나온 카왕과레 빈민가 엄마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고 당당했다. 그동안 다양한 컴패션의 양육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감과 자존감을 깨우친 이들은 아기에게도 특별히 예쁜 새옷을 입혀 데리고 왔다.

카왕과레 지역은 케냐 수도 나이로비 10여 곳에 퍼져 있는 빈민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으로 80만 명이 밀집해 산다. 치안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빈민가에서 외부인들은 사설 경호업체의 총으로 무장한 남녀 경호원들에게 호위를 받아야만 걸어다닐 수 있다.

카왕과레 지역은 케냐 수도 나이로비 10여 곳에 퍼져 있는 빈민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으로 80만 명이 밀집해 산다. 치안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빈민가에서 외부인들은 사설 경호업체의 총으로 무장한 남녀 경호원들에게 호위를 받아야만 걸어다닐 수 있다.

컴패션 어린이센터 예배당과 사무실 사이 뒷마당에서 젊은 엄마들이 재봉질과 수공예 등 갖가지 손재주로 물건을 직접 만들어 파는 장터를 열었다. 아이들도 데리고 와 어울려 노는 한쪽에서 손만두 같은 즉석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는 육아공동체 잔칫날이기도 했다.

컴패션 어린이센터 예배당과 사무실 사이 뒷마당에서 젊은 엄마들이 재봉질과 수공예 등 갖가지 손재주로 물건을 직접 만들어 파는 장터를 열었다. 아이들도 데리고 와 어울려 노는 한쪽에서 손만두 같은 즉석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는 육아공동체 잔칫날이기도 했다.

컴패션의 ‘태아·영아 생존 프로그램’에 따라 에이즈 치료 관리를 받고 있는 엄마와 두 살 된 딸. 임신 단계에서 조기검진으로 HIV 보균을 확인하고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복용하고 감염을 더욱 최소화하기 위해 제왕절개수술을 진행해 모태 수직감염을 피한 덕분에, 아기는 정상적으로 태어나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엄마 역시 적절한 영양관리와 무료 치료약을 정기적으로 받으며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컴패션의 ‘태아·영아 생존 프로그램’에 따라 에이즈 치료 관리를 받고 있는 엄마와 두 살 된 딸. 임신 단계에서 조기검진으로 HIV 보균을 확인하고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복용하고 감염을 더욱 최소화하기 위해 제왕절개수술을 진행해 모태 수직감염을 피한 덕분에, 아기는 정상적으로 태어나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엄마 역시 적절한 영양관리와 무료 치료약을 정기적으로 받으며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컴패션 어린이센터는 엄마와 아기들 모두에게 안전하고 신나는 놀이터였다. 엄마들이 모여 수다와 함께 일을 하는 동안 아기들은 숨바꼭질도 하고 밥도 먹으며 맘껏 놀았다. 절대빈곤층인 대부분의 후원 대상 어린이들에게 센터는 하루 한 끼나마 먹을 수 있는 생존의 공간이다.

컴패션 어린이센터는 엄마와 아기들 모두에게 안전하고 신나는 놀이터였다. 엄마들이 모여 수다와 함께 일을 하는 동안 아기들은 숨바꼭질도 하고 밥도 먹으며 맘껏 놀았다. 절대빈곤층인 대부분의 후원 대상 어린이들에게 센터는 하루 한 끼나마 먹을 수 있는 생존의 공간이다.

나이로비(케냐)=글·사진 김경애 인물팀장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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