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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사진] 아이들은 달린다 · 신부와 할머니

등록 2005-11-04 00:00 수정 2020-05-03 04:24

▣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1. 아이들은 달린다


체력검사가 있기에 카메라를 들고 나갔습니다. 아이들이 달리는 모습은 제각각이라 성격이 드러나더군요.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 맘에 드는 컷을 올려봅니다. 콧김을 뿜는 듯, 체육복 바지의 실밥이 터질 듯 열심히 달리는 아이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돌도끼

압축

초보자가 범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가 전신을 다 담으려는 습관입니다. 제자리에 선 인물사진도 그렇고 움직이는 스냅사진에서도 꼭 머리와 다리 전부를 프레임에 포함시켜야 안심이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일정 부위를 프레임에서 제외하면 균형을 잃기 쉬운 측면도 있습니다. 이 사진은 그런 점에서 과감하게 프레임을 구성한 점이 돋보입니다. 앞서 달리는 친구의 발과 이마 위, 팔까지 일부 잘라낸 덕에 압축이 잘되어 힘이 있는 사진입니다. 한편으로 망원이라 심도가 얕아질까봐 조리개를 닫아주었고 달리는 장면이라 셔터속도를 1/1600까지 올리고 노출을 고려해 감도를 1600으로 올린 것도 순발력 있는 대처입니다.

2. 신부와 할머니

동료의 결혼식장에서 찍었습니다. 20년 이상 함께 지낸 손녀가 결혼하는 날, 할머니의 아쉬워하는 표정을 담아보았습니다. 신부의 환한 미소와 대조를 이루지요? /강민아

거리를 둔 두 표정

할머니와 손녀의 표정을 모두 보여주겠다는 다부진 욕심을 사진으로 구현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둘 사이의 거리가 꽤 떨어져 있고 노출이 부족한 장소로 보입니다. 이런 경우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을 해보겠습니다. 우선 두 사람 가운데 시선을 앗아가는 요소를 제거해야 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큰 꽃 장식물은 오른쪽에 신부라는 결혼의 상징이 있으므로 필요가 없습니다. 꽃 장식물이 초점이 맞은 채로 할머니 바로 앞에 있어 할머니에게 향하던 시선도 막고 있습니다. 글을 쓸 때 군더더기들을 빼내듯 사진도 그렇게 찍어야 합니다. 초점이 안 맞은 쪽을 더 크게 잡는 게 좋습니다. 신부는 얼굴도 잘 보이고 초점도 맞았기 때문에 다소 크기가 작아도 상쇄가 됩니다. 그러므로 할머니 쪽을 더 크게 담는 게 좋습니다. 통상의 시선 높이에선 이 앵글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아서 이런 사진은 잘 안 찍게 됩니다. 어려운 앵글을 찾아낸 것만으로도 칭찬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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