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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법전수교실] 초점에 관하여

등록 2005-04-21 00:00 수정 2020-05-03 04:24

[상담실장의 비법전수교실]

▣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초점을 자동초점(AF)에 맡겼습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을 쉽게 인식하고 고정이 되었습니다(왼쪽 사진). 거울 표면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습니다. 카메라에 내장된 초점구동모터가 연방 찰칵찰칵거리며 갈등을 반복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기에 수동으로 복주머니에 맞추고 프레임을 옮겨서 눌렀습니다(오른쪽사진). 카메라를 든 자세 중 오른쪽 팔꿈치가 가슴에 붙지 않고 바깥으로 향해 있습니다. 취재현장에서 오른쪽으로 밀고 들어오는 다른 기자를 쳐내며 몸싸움을 해온 습관 때문입니다. 심지어 혼자 찍을 때도 이런 자세가 나타납니다.

자동카메라가 자동의 기능을 상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의 눈은 전자동이지만 거울을 바라볼 때 표면을 볼 것인지 아니면 거울 속에 비친 상을 볼 것인지를 결정해야 초점을 잡습니다. 거울 표면과 속에 비친 이미지는 초점 거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약간 익숙해진 뒤엔 마음먹기에 따라 거울 표면의 얼룩을 볼 수도 있고 속의 이미지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동카메라는 두뇌의 지시가 따로 없기 때문에 거울의 표면인지 속인지를 결정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카메라의 센서와 사람의 뇌를 연결하기 전에는 거울에 초점을 맞추기는 불가능합니다(현실에선 자동초점 잠금장치가 있어 억지로 맞출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거리를 맞출 때는 카메라가 뇌의 지시를 직접 전달받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의 의지에 따라 “이번엔 표면의 글씨를 맞출까”라는 지시를 받은 손가락이 초점링을 돌려 표면에 맞추면 틀릴 수 없게 됩니다.

거울과 유사한 사례는 더 있습니다. 그물망이나 철망 같은 것도 거울과 마찬가지의 이치로 자동초점 카메라는 혼선을 일으킵니다. 아주 어두운 곳이나 밝은 곳, 반사가 심한 표면, 콘트라스트가 떨어지는 곳 등의 경우에 자동카메라는 정보를 읽을 수가 없어 초점을 맞추는 것이 실패할 수 있습니다.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자동초점이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수동으로 맞춥니다. 수동 기능이 지원되지 않으면 우선 카메라의 반셔터를 누르면서 프레임 이곳저곳에서 초점이 잡히는지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내가 맞추려는 곳과 거리가 비슷한 곳의 물체에 초점을 맞춘 뒤 자동초점잠금(AFL) 기능을 이용해 초점을 잠그고 찍으면 됩니다. 어느 경우라도 심도가 깊은 쪽이 초점을 더 보장하기 때문에 삼각대가 있으면 도움이 됩니다. 느린 셔터 속도에서 버티기가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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