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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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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사진] 수덕사에서, 사세요

등록 2005-02-17 00:00 수정 2020-05-03 04:24

▣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1. 수덕사에서

수덕사 경내의 진돗개 두 마리가 불당 안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을 트리밍하기 어렵네요. 연등이 너무 커 보이는데, 반으로 자르면 어떨까요? solo2000

굳이 트리밍을 안 해도 구성이 좋습니다. 의중을 헤아린 끝에 촬영이 가능한 곳을 찾아 구도의 변화를 모색했습니다. 진돗개의 얼굴 아래쪽이 약간 심심해 보이지만 그대로 두는 편이 더 낫을 것 같군요. 앵글을 바꾸는 거에 대해선 의견이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그대로 진돗개의 뒤쪽으로 가서 뒷모습과 불당 안의 상황을 담아내면 어떨까요. 물론 사진 자체가 달라지므로 어느 것이 더 좋을지는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 수덕사에서/ solo2000

2. 사세요

연출하지 않는 상황에선 마음이 급해 늘 불만입니다. 생각도 제대로 못하고 그냥 눌러대니, 10장 찍어 이거 하나 건졌습니다. 팔려갈 강아지들을 보니 가슴이 찡합니다. 시장 한복판에서 한가하게 카메라 들이대기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조리개 f4.5, 셔터 1/250초 geniusa2

강아지도 다른 피사체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결국 여기서도 눈높이가 중요합니다. 무릎을 구부리고 카메라와 강아지의 눈높이를 맞추면 세 마리의 얼굴이 온전하게 다 잡히지 못해도 더 좋은 포트레이트 사진이 될 것입니다. 더 중요한 점은 ‘강아지 사요’라는 글이 프레임에 포함됐다는 것입니다. 만약 좀더 줌업을 해서 상자의 글씨가 안 보였다면 그냥 ‘귀여운 사진’이 되었겠죠. 그런데 허름한 종이상자와 글귀가 다 보이니 처량하게 느껴집니다. 프레임에 따라 사진이 달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십시오. 좋은 주인 만나서 강아지들이 잘 지내면 좋겠군요.

▷ 사세요/ genius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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