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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사진] 수줍음, 배 위의 사람

등록 2005-02-01 00:00 수정 2020-05-02 04:24

▣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1. 수줍음


남해의 어느 마을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조리개 f3.8, 셔터 1/30초 solo(solo2000)

완성도가 돋보입니다. 애써 연출한 것도 아닌 듯한데, 이모저모 마음에 드는 구도입니다. 사선 구도에서 출발했지만 위의 계단과 만나 흐름이 부드러워지면서 편안하게 처리됐습니다. 왼쪽 위와 오른쪽 아래의 공간 비율이 1:1이 아닌데도 서로 어울리게 된 것은 아이의 표정과 시선이 무게중심을 잘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찍을 땐 눈높이가 중요한데, 이 사진은 굳이 눈높이를 맞추지 않고 어른의 눈높이에서 찍어도 사진이 된다는 예를 보여주는 듯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아이를 강조하려고 앞으로 데리고 왔다면 작위적이었을 것입니다.


2. 배 위의 사람

부산 다대포에 사진 동호회 사람들과 출사 나갔다가 카메라를 안 가져오신 분이 있어서 그분을 모델로 해서 찍어봤습니다. 조리개를 좀더 열었으면 좋았을까요? 조리개 f 8.0, 셔터 1/400초 우영(jwy1794)

사진클리닉 게시판에서 “사진이 어떤가요?”라는 식의 질문을 받으면 답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조리개를 더 여는 게 좋은지”라고 구체적으로 질문주시니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답할 수 있네요. 이 사진은 모델을 찍은 인물사진이지만 공간적 배경도 포함됐습니다. 작가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인물이라면 사진을 볼 때 시선이 인물에 가지 않고 산만하게 흩어지지 않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만약 흩어진다면 무엇 때문인지를 찾아야지요. 제가 처음 보았을 땐 시선이 인물 뒤의 배로 조금 몰렸습니다. 그러다 금세 인물로 돌아올 수가 있었습니다. 인물의 각도와 표정, 빛이 좋아서 그랬던 모양입니다. 조리개를 더 열어 인물을 강조했더라면 시선을 거의 빼앗기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찍은 사진을 두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쉽습니니다. 사진을 찍는 순간에 본능적으로 이런 판단을 내리고 조리개와 셔터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역시 훈련을 거듭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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