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공공교통네트워크가 공개한 ‘2019~2024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버스 운영 현황’을 보면, 버스 서비스 수준을 평가하는 잣대인 ‘총 운행 거리’가 5년 사이 5% 줄었다. 한겨레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한겨레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경북 안동시는 2020년 8월 50년 만에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한 뒤 2022년 3월 이를 토대로 노선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이때 일부 읍면 간선(도시 중심축을 연결하는 노선)이 통폐합된 뒤 지선(간선과 주거지를 연결하는 가지 노선)으로 전환됐다. 전체 노선 개수는 기존 39개에서 48개로 늘었는데, 신시가지인 강남동에는 노선이 증가했지만, 구시가지인 안기동은 줄었다.
간선 통폐합으로 생긴 대중교통의 공백은 지선과의 환승, 행복택시(버스가 부족한 마을 주민의 이동을 돕기 위해 운영하는 수요응답형 택시)가 메웠다. 다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교통약자가 소외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승규 전 녹색당 부대표는 “노선 효율화를 하면서 외곽 농촌 지역 몇 군데는 아예 (간선) 버스가 안 들어오는 데도 생겼다”며 “그렇게 되면 버스를 환승해서 도심지로 들어가야 하는데 일단 어르신들이 환승을 잘 못한다”고 말했다. 간선은 도심 중심지와 읍면 단위 외곽을 잇기에 지선에 견줘 노선이 길다. 허 전 부대표는 “노선 효율화를 통해 인구가 많은 곳에는 노선을 좀더 투입하고 적은 곳에서 버스를 뺄 수는 있다”며 “그러면 대체 수단이 잘 갖춰져야 하는데, 행복택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충남 서산시에서 운행 중인 수요응답형 교통 ‘행복버스' 모습. 1인당 요금은 시내버스와 동일한 1600원이다. 한겨레 유하영 기자 yhy@hani.co.kr
안동처럼 장거리 노선 축소 등을 이유로 버스 운행 거리가 줄어드는 현상은 전국에 걸쳐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모든 민간 버스회사는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고려해 매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운송 손실분의 전액 또는 일부를 지원받는데, 정작 민간 버스회사들은 ‘노선 효율화’를 이유로 연료비 등을 아끼려고 운행 거리가 먼 노선을 단축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버스가 사실상 유일한 대중교통인 인구감소지역이 여기에 상당수 포함됐는데, 이를 놓고 외곽에 살거나 나이가 많은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서비스 수준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6년 5월1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공공교통네트워크가 공개한 ‘2019~2024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버스 운영 현황’을 보면, 버스 서비스 수준을 평가하는 잣대 중 하나인 ‘총 운행 거리’가 5년 사이 5%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시와 군 151곳 가운데 관련 자료를 공개한 99곳의 버스 운행 거리는 2019년 7억3571만㎞에서 2024년 7억121만㎞로 약 4.7%(3450만㎞) 줄었다. 같은 기간 버스 정류장 수는 7만5323개에서 8만2532개로 9.6%가량 증가했다. 정류장은 늘었지만 실제 버스가 달리는 거리는 줄어든 걸 두고 경실련은 “시민에게 중요한 것은 정류장 표지판의 수가 아니라 배차 간격, 운행 횟수, 생활권 연결성, 안정적인 운행 여부”라고 지적했다.
운행 거리가 줄어든 곳의 3분의 2가량이 인구감소지역이었다. 정류장 수가 증가하고 운행 거리가 줄어든 30곳 가운데 19곳(충북 괴산·단양군, 충남 공주·보령·논산시와 태안군, 전북 정읍·김제시와 장수군, 전남 곡성·함평군, 경북 안동·문경시, 경남 창녕·남해군, 강원 삼척시와 영월·화천·고성군)이 인구감소지역이었다. 운행 거리가 10% 이상 감소했고 승객 수도 줄어든 지역 16곳 가운데 7곳(경기 가평군, 전북 장수군, 경북 고령군, 경남 합천군, 강원 영월·화천·고성군) 또한 인구감소지역이었다.
교통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승객 감소-운행 거리 감소’가 서로 맞물린 현실을 일상생활에 필요한 사회서비스가 약화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이영수 공공교통네트워크 연구위원은 “수요가 줄고 운행 거리가 줄어든 상황이 버스가 쇠퇴하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지하철이 없는, 자가용이 없는 시민에게 버스는 필수 서비스인데 운행 거리 감소는 이동권 약화를 뜻한다”고 진단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공공교통네트워크가 공개한 ‘2019~2024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버스 운영 현황’을 보면, 버스 서비스 수준을 평가하는 잣대인 ‘총 운행 거리’가 5년 사이 5% 줄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하지만 정작 민영 버스회사에 투입된 기초자치단체의 재정 규모는 늘었다. 자료를 공개한 123곳이 등록 버스회사에 투입한 재정지원금은 2019년 6847억원에서 2024년 1조2500억원으로 8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초자치단체 100곳의 운송 수입(8937억원→8368억원)은 줄었고, 106곳의 승객 수(10억2935만 명→8억8840만 명)도 쪼그라들었다.
대중교통은 시민의 필수 서비스이자 복지 시스템의 일부이기 때문에 재정 투입 규모가 늘어나는 상황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다만 시민단체, 연구원, 교통 전문가들은 한국의 버스 운용 체계인 준공영제와 민영제가 품고 있는 핵심 요소이자 재정 지원의 근거인 운송원가를 놓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수년째 내고 있다.
서울특별시와 인천시 등 6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는 버스 준공영제는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고자 수익이 떨어지는 노선을 운영하는 시내버스 회사에 적정 이윤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버스회사들의 이익단체인 ‘버스조합’은 매년 외부 회계기관에 자료를 제출한 다음 지자체와 논의해 표준운송원가(시내버스 한 대를 하루 운행 및 유지하는 데 들어간 표준화된 비용)를 확정한다. 만약 운송 수입이 표준운송원가에 미치지 못하면 부족분 전액을 시 재정으로 보전해준다.
문제는 기사 인건비와 유류비, 정비비가 포함된 표준운송원가에 버스회사들의 적정 이윤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버스회사들이 비수익 노선에 배차를 유도할 ‘유인책’으로 지자체가 적정 이윤을 도입했는데, 버스회사들이 이를 악용해 비용 절감 노력을 하지 않고 ‘땅 짚고 헤엄치기’로 사업을 운영해온 것이다. 앞서 한겨레는 2023년 10월 코로나19로 승객이 줄어 운송수입이 급격히 줄었는데도 서울 버스회사 사주들이 배당 잔치를 벌이면서 준공영제의 허점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준공영제 버스 삼킨 사모펀드’ 탐사기획 보도 참조)
민영제는 준공영제와 달리 부족분 전액을 재정으로 보전해주지 않는다. 다만 버스회사가 벽지·비수익 노선을 운영하다 손실이 나면 손실액 일부나 환승 할인 보전금, 청소년 교통비 등 특정 항목만 선별해서 보조금을 지급한다. 각 지자체가 매년 설정하는 표준운송원가가 지원 기준인데, 문제는 여기에도 준공영제처럼 버스회사의 이윤을 보장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사실이다.
한 예로 경주시는 민영제로 버스를 운영하는데, 경주시청은 특정 항목을 선별해서 지원하는 것을 넘어 시내버스 한 대당 하루 1만원을 ‘적정 투자 보수’라는 이름으로 지급하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운송원가에 이윤이 들어가 있다. 경주시만 이렇게 운영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실련과 공공교통네트워크는 2026년 3월17일 진행한 ‘버스 준공영제 실태보고’ 기자회견에서, 버스 준공영제 이후 노선·정류장은 늘었지만 운행량과 운행 거리 감소로 배차 간격이 길어져 서비스는 오히려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이렇듯 전국이 사실상 준공영제 시스템에 맞춰 버스를 운영하는 가운데, 버스회사가 공공성을 고려하지 않고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운행 거리를 감축한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은 “경주시뿐만 아니라 충남 아산, 당진 등 수십 곳에서 표준운송원가에서 이윤을 보장하는 구조가 발견됐다”며 “이렇게 지자체에서 (적정 이윤과 손실분 전액 또는 일부분을) 재정으로 지원해주니, 버스회사들은 기존 운영 노선을 운행하는 데 드는 각종 비용(연료비 등)을 아끼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민간업자는 기존 노선을 유지하면서 운행 횟수를 줄이는 게 단기적으로 이익이고, 지자체는 노선 자체를 줄이는 게 (재정 지원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이익”이라며 “이러한 구조에서 서로가 합의할 수 있는 게 기존 노선 내 운행 횟수나 거리 단축이 아닐까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버스 수요와 요금 수입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지자체 재정 지원마저 빠르게 증가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현행 버스 제도가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적자가 나도 손실을 전액 보전해주거나 보조금을 제공하니 배당 잔치를 노리고 사모펀드마저 버스회사 인수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서울시 의뢰로 ‘시내버스 준공영제 혁신 용역’에 착수한 서울연구원은 2024년 9월 보고서에서 ‘재정 지원의 근거인 표준운송원가에서 인건비와 정비비 등 일부 항목이 과다 책정됐다’는 의견을 냈다.
대중교통은 이동권 약자를 위한 보편적 복지 사업이기에 재원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상철 정책센터장은 “버스회사에 투입되는 재정지원금이 많다는 게 문제가 아니다”라며 “단기적으로 모든 지자체가 재정지원금 규모와 표준운송원가, 버스 업체별 정산액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스회사 역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인 만큼 지자체에서 받은 보조금의 집행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경기도 일부에서 시행 중인 노선입찰제(버스회사가 지자체 소유의 노선을 빌려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를 확대하거나, 민간 버스회사를 지자체가 사들여 공영화하는 방안을 현행 준공영제·민영제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공영제는 민간 버스회사의 역량이 떨어지는 인구감소지역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공공교통네트워크가 공개한 ‘2019~2024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버스 운영 현황’을 보면, 버스 서비스 수준을 평가하는 잣대인 ‘총 운행 거리’가 5년 사이 5% 줄었다. 경북 청송군 주민들이 시내버스를 타고 장을 보러 가고 있다. 한겨레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강원 정선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선군은 2020년 6월 민간 버스회사가 보유한 면허권을 인수해 버스공영제를 시행했다. 공영제 도입 이전인 2019년 22대였던 버스를 2024년 28대까지 증차하고, 연간 운행 거리 역시 194만㎞에서 240만㎞로 늘리는 등 교통 서비스를 대폭 확대했다. 버스 한 대당 재정지원금이 1억3060만원(2019년)에서 2억340만원(2024년)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승객 수는 2만800명에서 3만3400명으로 늘었다. 모든 지자체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수요를 회복하지 못했는데, 정선군만 공영제 전환으로 수요 반등에 성공했다.
이영수 연구위원은 “인구감소지역에서는 승객 수와 서비스 축소가 서로 맞물려 악순환이 계속되는데 공영제를 도입한 정선에서 공공 주도의 서비스 공급 확대가 수요 확대를 견인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버스 운행 거리를 늘리고 요금을 낮춰 수요를 높이면 작은 도시일수록 시민들이 많이 돌아다녀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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