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는 다정한 친구처럼 어깨동무하고 있더라. 남극에만 사는 줄 알았는데 남미에도 오스트레일리아에도, 심지어 아프리카 끝자락에도 너희가 살고 있지. 하늘이 아니라 물속에서 날기 위해 무거운 뼈를 가진 너희, 뽀롱뽀롱 뽀로로의 친구들. 2025년 칠레 푼타아레나스 마그달레나섬.
2024년 겨울 비상계엄을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을까. 없을 것이다. 그 계엄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과 단숨에 이해할 만한 일이 마구 뒤섞인 채 떠오르고 부글대고 가라앉은 신묘한 사태였으니까. 내란세력의 멍청함을 함부로 비웃지 말자. 그 계엄은 얼마 든 성공할 수 있었다. 군용차량을 맨몸으로 가로막고 계엄군을 뜯어말린 시민,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으려 어떻게든 애썼던 군인과 공무원, 국회 담벼락을 넘어가 비상계엄 해제의결에 나선 의원과 보좌진, 어느 하나만 무너졌어도 계엄은 성공했을지 모른다. 아슬아슬하게, 가까스로 막아낸 계엄이었다. 그 점에서 우린 얼마든 우리를 칭찬할 자격이 있다.
하지만 누군가 빠진 것 같지 않은가. 함부로 칭찬했다가 ‘이적행위’ 혐의를 뒤집어쓸 수도 있겠지만, 나는 김정은에게 박수 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의 심장”이라 불리는 평양 하늘 위를 “남조선 괴뢰도당”의 드론이 대놓고 침범할 때 그 모욕과 분노를 어찌 참고 견뎠는가 말이다. 그의 심장은 쫄깃하다 못해 경련이 일었을지 모른다. 천만 다행히 북한은 대응사격이나 국지도발 대신 휴전선 인근 다리를 끊고 방벽을 쌓았다. 공격 대신 방어를 선택했다. 현명했다. 만에 하나 윤씨 의도대로 남북 충돌이 벌어졌다면, 계엄은 명분을 얻고 날개를 달았을 터이니. 그 아찔함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김정은의 판단을 칭찬하고, 격려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가. 한반도를 불바다로 만들 뻔한 짓을 진압하고도 남북관계에는 미풍조차 불지 않는다. 지나치리만큼 뜨겁게 “민족통일”을 울부짖던 북조선은 간데없고, 상종조차 말자는 냉랭한 입장만이 조선중앙통신을 타고 흐른다. 뽀로로의 귀환은 이제 불가능한 일일까.
‘뽀롱뽀롱 뽀로로’는 2003년 남북이 서로의 지혜와 기술을 모아 탄생시킨 애니메이션이다. 펭귄 뽀로로가 난관을 헤치며 친구들과 우정을 쌓는 이야기를 담았다. 방영 즉시 둘도 없는 어린이의 친구가 돼서 ‘뽀통령’이라는 귀여운 권좌에 올랐다. 이듬해 프랑스 전역에서 방영됐고, 130여 개국에 수출돼 전 세계 어린이를 만났다. 남한에도 북한에도 살지 않는 새가, 차가운 얼음 나라의 펭귄이, 더 차가운 남북의 손을 데워주고 이어주는 가교가 되었다.
펭귄은 진화 과정에서 하늘 대신 물속을 선택한 새다. 물속에서 펭귄은 마치 하늘을 나는 듯 날갯짓하며 헤엄친다. 날기 위한 새들이 뼈를 비울 때, 펭귄은 가라앉기 위해 뼈를 채웠다. 펭귄의 골밀도는 뛰기 위해 통뼈를 가진 타조보다 높다. 매끈한 가죽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물 한 방울 스미지 않는 빽빽하고 기름진 깃털 옷을 입고 있다.
땅에선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다. 호기심 많고, 육지 천적을 만난 경험이 없어 사람에게 두려움 없이 다가온다. 두 발로 걷는 사람을 친구로 착각한다는 설도 있다. 동료애가 대단하다. 함께 살지 않으면 죽는다는 걸 유전자에 새겨넣은 동물이다. 남북에 그런 유전자를 새길 순 없을까. 뽀로로를 사이에 두고 뽀재명과 뽀정은이 만날 순 없을까.
사진·글 노순택 사진사
*노순택의 풍경동물: 어릴 적부터 동물 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동물을 키우려고 부모님 속을 썩인 적도 많았지요. 책임의 무게를 알고부터 키우는 건 멀리했습니다. 대신 동물책을 많이 읽었지요. 시골로 내려와 살기 시작하면서 개와 닭과 제가 한 마당에서 놉니다. 작업을 위해서, 또는 다른 일로 국내외 여러 곳을 오갈 때면 자주 동물원에 들릅니다. 편안한 마음과 불편한 마음이,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스며들거든요. (격주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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