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159송이가 별이 되어 국회로 왔다. 별을 맞는 국회 마당 가로수엔 보랏빛 목도리가 둘러졌다. 의원회관 벽면엔 “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습니다. 159명의 별을 잊지 않겠습니다”란 펼침막이 걸렸다.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은 2024년 10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무대 위 제단에 희생자들의 사진과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자리에 꽃 그림이 걸렸다.
천만 도시 한복판 거리에서 축제를 즐기려다 황망하게 스러져간 청춘을 가슴에 묻은 어버이들은 지난 2년을 거리에서 보냈다. 광장에 세운 분향소를 이제 그만 치우란 다그침을 받았고, ‘진실 규명, 책임자 처벌’을 호소하며 머리를 밀었다. 팔다리와 이마를 땅에 대는 오체투지를 넘어 기어가는 오체투지인 ‘포체투지’를 수십 차례 했다. 폭염에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한파에 얼어붙은 눈밭 위를 기고 또 기었다.
이런 절실함이 담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2024년 1월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우여곡절 끝에 같은 해 5월 여야 합의로 통과된 특별법으로 9월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리고 이날 국회 차원의 공식 추모제가 열렸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7당 원내대표가 참석해 추도사를 했다. 60여 명의 여야 의원도 자리를 지켰다.
이날 추모제에는 이태원 참사 일본인 희생자 도미카와 메이와 오스트레일리아인 희생자 그레이스 라쉐드의 유가족도 내국인 유가족들과 함께 자리했다. 세월호 참사와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등 다른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도 함께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 자리에서 “국가의 책임이 부재했던 시간이었다. 기막힌 슬픔과 고통을 온몸으로 겪어낸 유족과 피해자에게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해 사과드린다”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특별법이 통과된 뒤에도 특조위원 추천을 미루다 기한을 넘겨 명단을 제출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특조위가 독립적으로 주어진 역할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당,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원내대표도 저마다 특조위가 그날의 진실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이를 들으며 고 이지한씨 어머니 조미은씨는 “맞습니다”를 되뇌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조씨 뒤편에 앉은 일본인 희생자 유가족도 연신 눈물을 닦았다.
제주에 정착한 가수 장필순도 상경해 ‘그대로 있어주면 돼’를 노래했다.
“니 생각밖엔 할 줄 모르는
날 위해 울지는 마
이젠 심한 말로
날 아프게 한대도 좋아
너를 더 많이 웃게
해주지 못한 나를 용서해줘
니가 매일 다니는 골목 그곳만
그대로 있어주면 돼
니 생각밖엔 할 줄 모르는 날 위해
제발 울지는 마 울지는 마”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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