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군 판교면 현암2리 도로엔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 많다. 이른 저녁이지만 불 꺼진 집이 많아 가로등 불빛만 어둠을 밝히고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충청남도의 3대 우시장이던 서천군 판교면 현암2리 판교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번성하던 시골 작은 마을에 ‘무려’(!) 영화관까지 들어설 정도였다. 그러나 1984년 우시장이 없어지면서 일자리는 사라지고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지금은 퇴락한 1980년대 풍경을 간직한 텅 빈 마을로 변해가고 있다.
1980년대 판교면의 인구는 5천 명을 넘었다. 현재는 그 절반인 2300여 명이다. 그나마 젊은이들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18살에 부여 옥산면에서 시집와 지금까지 주막 ‘옥산집’을 운영하는 김막순(89)씨는 “소일거리로 마을 사람들에게 잔술을 팔고 있는데, 오늘은 한 사람도 오질 않는다. 마을에 해먹을 것이 있어야 사람들이 오지”라며 한탄했다. 그는 저녁 6시를 조금 넘기면 “이 시간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며 가게 문을 닫는다.
사람이 떠난 거리에 어둠이 내리면 마을은 적막에 빠져든다. 판교면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마을을 새로운 모습으로 현대화하려 한다. 정체된 마을의 풍경을 보기 위해 가끔 사람들이 오지만 마을 편에서는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젊은층의 유출과 노인들의 사망으로 마을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면서 결국 ‘마을이 소멸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앉을 수 없게 된 의자가 거리 한켠에 놓여 있다.
언제 문을 닫았는지 기억하는 사람 없는 사진관이 방치되어 있다.
술을 빚던 주조장 터. 드나드는 사람이 사라진 지 10년이 넘었다.
방치된 건물 안에는 치우지 않은 가재도구들과 빈 술병이 있다.
강순희(70·왼쪽)씨는 이곳에서 33년째 양은 냄비 등을 팔고 있다.
어둠이 내리자 오가는 사람 없는 현암2리 마을길.
김막순(89)씨는 70년째 주막 ‘옥산집’을 운영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지은 적산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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